•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이 돌아왔다. 지난해 4·9총선 낙선 뒤 300여일 만이다. 28일 저녁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고 예고한 것 처럼 거창한 귀국행사를 피하기 위해 가족과 극소수 인사를 제외한 누구에게도 귀국 일정과 경로를 알리지 않았다.

    때문에 공항에는 팬클럽 회원과 취재진 등이 나타나지 않았고 국회의원 시절 수행비서만이 공항에 나가 이 전 의원을 맞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측근인 진수희 의원 등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생각했던대로 조용히 들어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의원은 27일 새벽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출발, 같은 날 일본 도쿄에 도착해 1박한 뒤 이날 저녁 10시 20분경 대한항공편으로 귀국한 것으로 진 의원은 밝혔다. 이 전 의원은 귀국 직후 부모님 묘소 등을 참배하기 위해 선산이 있는 고향 경북 양양으로 향했고 이곳에서 1박을 한 뒤 서울 은평구 자택에 돌아올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조용한 귀국'을 선택하며 자신의 귀국을 둘러싼 여권내 갈등은 일단 피했지만 이런 '조용한 행보'가 계속될 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그의 컴백이 여권내 주류진영의 역학관계 변화와 비주류간의 갈등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여권내 긴장감은 점차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의 귀국시점 때문인지 아직은 차분한 분위기다. 연말 개각이 끝났고 4·29 재·보선 공천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물리적으로 힘든 만큼 그의 귀국이 당장 당내 파장을 일으키진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모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와 껄끄러운 관계인 것으로 알려진 이상득 의원도 "내가 이 전 의원의 귀국을 반대하거나 늦췄다는 것은 오해"라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고 그의 귀국을 "전쟁의 시작"이라며 민감하게 반응했던 박근혜 전 대표 진영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언론에 따르면 친 박계의 한 인사는 "박 전 대표가 최근 사석에서 '(이 전 의원이) 온다면 오는 거지요'라며 담담하게 반응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의 정치적 중량감이 커 이런 차분한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는 회의적이다. 당장 4월에 있을 당협위원장 교체문제와 5월 원내대표 선출 등 굵직한 현안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 특히 당협위원장 교체 문제는 당내 '친이-친박 갈등'의 뇌관으로 불리고 있고 친이재오 성향이 강한 원외당협위원장들이 이번 갈등의 가장 큰 이해당사자라 이 전 의원의 의도와 달리 그가 갈등의 중심에 설 가능성은 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만약 4·29 재·보선 성적표가 좋지 않을 경우 현 지도부의 책임론까지 더해지며 당이 급격히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9일 한 핵심 당직자는 "이 전 의원이 정치활동을 하든 안하든 여권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있는 만큼 조그마한 행동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