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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 선수단이 26일 청와대로부터 '귀빈' 대접을 받았다. 일본과의 결승전 직후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로스엔젤레스 현지 김인식 대표팀 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돌아오면 청와대로 초청하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진 것이다.
이 대통령은 본관 인왕실에서 선수단을 맞아 시종 밝은 표정으로 "수고 하셨다" "TV중계를 많이 봐서 얼굴이 다 낯이 익다"며 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선수들과 손을 맞잡으며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전에서 머리에 사구를 맞고 주루플레이 도중 헬멧이 부서질 정도로 부상을 입은 이용규 선수의 등을 두드리며 "괜찮느냐"고 물어보는 등 선수단 한명 한명에게 관심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복도에 미리 준비된 주요 경기사진을 선수단과 둘러보던 중 '의사' 봉중근 선수의 투구 장면을 가리키며 "봉 선수네"라고 말해 웃음을 불러왔으며, 한일 결승전에서 석패한 뒤 눈물을 삼키는 봉중근 선수의 사진 앞에서는 "이것봐. 분해서, 억울해서…"라며 함께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인식 감독 등 선수단 초청 오찬 "국민은 아쉬움보다 잘싸웠다고 생각"
나카지마 '반칙' 사진 앞에서 "이거 위반아닌가"…봉중근 "맞다"특히 이 대통령은 결승전 도중 일본팀 나카지마 히로유키 선수가 슬라이딩을 하며 2루수 고영민 선수의 무릎을 손으로 가격하는 장면 앞에 서서 "이거 TV로 보니까 잡은 것 같은데 위반 아닌가"라고 물어봤고, 봉중근 선수는 "맞다. (수비방해로) 심판이 아웃시켰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사진을 유심히 지켜본 뒤 "우리 수비가 참 좋았다"고 칭찬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오찬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선수들에게 "더 바랄 것 없이 잘 싸웠다"고 치하했다. 이 대통령은 "김인식 감독도 결승전 10회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잠을 못잤다고 하고 선수들도 아쉽겠지만 5000만 국민은 아쉬움보다는 잘 싸웠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선수들이 눈물 보이는 모습도 봤는데 다 털어버려라"고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 나라와 비교하면 우리 야구는 열악한 조건으로 4강에 가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라면서 "우승 못지않은 값진 준우승이다. 열악한 조건에서 이긴 정신은 국가를 위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선수단 사기를 북돋웠다.
이 대통령은 "서민이 많은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데 야구하는 동안에는 다 잊어버렸을 것"이라며 "국민 모두가 선수가 되고, 감독이 된 심정으로 함께 했다. 야구팀이 큰 역할을 했다. 국민에게 큰 위로를 줬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세계와 경쟁해 준우승까지 갔다는 성취의 정신이 이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열심히 악착스럽게 힘을 합치면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가 경이로운 눈으로 봤을 것"이라며 거듭 선수단을 치하한 뒤 "올해 야구가 관중이 많아질 것 같다"는 덕담을 건네며 인사를 마쳤다.
이 대통령은 이어 봉중근 선수로부터 선수단이 입었던 유니폼과 점퍼, 모자 등을 선물 받았다. 이 대통령은 "딱 맞다"고 기뻐하면서 "이거(야구 점퍼)는 입고 식사해야겠다"며 애정을 나타냈다. 오찬에서는 김인식 감독과 이용규, 이진영 선수는 소감과 함께 국내 야구발전을 위해 이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시간도 가졌다.
김 감독은 경기결과를 보고하고 "우승하고 왔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면서 "그러나 우리 선수들이 젊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베이징 올림픽 우승 부터 WBC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세계 모든 사람, 우리 국민들은 '어떻게 한번 운이 좋아 이겼다'가 아니라 '한국 야구가 이렇게 성장했구나, 정신력이 대단하구나'라고 인정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국내 시즌에서도 국민에게 계속 사랑받는다는 게 한국야구가 크게 발전하는 길"이라며 "국민에게 사랑받으면 어떤 것도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하일성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은 "선수들도 바로 게임(프로야구 시범경기)에 들어가야 하며, 4월 4일 개막에 대비도 해야 되는 상황"이라면서 "WBC팀 해단식이 따로 없는데 대통령께서 초대해 주셔서 (해단식까지) 겸하게 돼 잘됐다"고 말했다. 한국야구협회 회장인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도 미리 청와대에 도착, 선수단과 일정을 함께 했다.이날 오찬에서는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김태균 이용규 봉중근 윤석민 이범호 선수 등 선수단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영구 KBO 총재 등이 이 대통령과 함께 헤드테이블에 앉았고 세계적 거포로 자리매긴한 김태균 선수가 "대한민국 야구, 파이팅"이라며 건배사를 했다. 추신수 선수와 임창용 선수는 각각 미국과 일본 소속팀 복귀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