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4·29 재·보선 출마로 촉발된 민주당 내부의 계파간 갈등은 민주당의 미래를 엿볼 수 있게 한다.

    구심점이 없는 한계를 드러냈고 당 구조도 취약해 언제든 붕괴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외부에 여실히 노출했다는 게 이번 사태를 보는 당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전주 덕진 출마를 고집하고 있는 정 전 장관은 물러설 생각이 없고, 정세균 대표 역시 그 자리를 내줄 의항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어 당 내분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 전 장관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분당'까지 갈 수 있다는 경고는 이미 나온 상태다. 이종걸 의원은 지난 19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전 장관을) 공천하지 않는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무소속 출마"라며 "그렇게 되면 분당사태와 유사한 것이 이뤄지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의 공천 문제도 폭발력이 크다. '올드보이'의 귀환이라 '개혁공천'이란 당의 공천기준에도 반하는 인물이지만 그가 동교동계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공천배제시 텃밭인 '호남'의 균열은 불 보듯 뻔하다는 고민이 있다. 당 관계자는 "정동영 공천도 문제지만 한광옥 공천은 더 큰 문제"라며 "완산은 지금 김대중 대 노무현 대결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물론 한 전 대표 마저 무소속 출마를 할 경우 텃밭인 호남은 쉽게 분열될 수밖에 없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구민주당과 통합을 한 상황이지만 호남의 경우 화학적 결합이 안된 상황이라 폭발력 있는 이슈가 터질 경우 곧바로 분열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정 전 장관이 당내 잠재돼 있는 문제를 빨리 터트린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지방선거 공천을 두고 정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 구민주계, 친노그룹, 여기에 정동영계까지 당내 계파간 갈등은 예견된 것이란 설명인데 이 경우 텃밭인 호남이 계파별로 찢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이 무리하게 당 복귀를 서두른 것도 향후 있을 정치상황을 미리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선 패배와 총선을 거치며 세력이 크게 위축된 만큼 복귀 시기를 마냥 늦출 경우 설 자리가 없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구민주계를 결집해 신당창당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한 친노그룹도 언제든 세결집을 할 수 있다는 게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10%대에 머물고 있다. 집권 여당 시절에도 당을 깬 전력이 있는 만큼 지금처럼 확실한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지지율 마저 계속 부진할 경우 최악의 상황이 올 가능성은 농후하다. 당장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가 고비인데 이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서울시장 후보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