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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한국시간) 펼쳐졌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30라운드에서 상위권 팀들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EPL의 선두권 다툼이 점점 안개 속으로 치닫고 있다.
일단 줄곧 선두를 형성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맨유는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펼쳐진 풀럼과의 경기에서 무기력한 경기력을 선보인 끝에 무릎을 꿇었다. 맨유는 이날 패배로 승점 65점에 머무르며 승리를 거둔 리버풀에게 승점 1점차로 추격을 허용했다.
맨유 선수단은 지난 29라운드에서 리버풀에게 1-4로 완패했던 충격이 확실히 가시지 않은 듯 무거운 몸놀림으로 일관했다. 결국 풀럼의 빠른 역습에 끌려 다닌 끝에 0-2 패배를 당했고 폴 스콜스와 웨인 루니마저 퇴장 당하면서 다음 경기인 애스턴 빌라(이하 빌라) 전에 활용할 수 없게 되는 불운을 맞았다.
지난 인터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2차전 때 까지 만해도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던 맨유가 최근 급격히 흔들리는 이유는 흔들리는 수비진에서 기인한다. 빛을 발했던 수비진의 집중력이 최근 들어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잦은 파울이 이어지며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리그 28라운드까지 12실점으로 시즌 최소 실점 기록(04-05시즌 첼시, 15실점)에 도전했던 맨유는 2경기 동안에만 무려 6실점하면서 최소실점기록 달성에 실패했음은 물론 08-09 시즌 팀 실점 순위도 2위(현재 1위 첼시, 17실점)로 밀리고 말았다.
맨유는 다음 라운드에서 맞붙는 빌라를 제외하고 상대적으로 쉬운 일정(선더랜드-위건-토트넘)을 남겨두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 따라서 부담이 덜한 그 시기 동안 수비진을 재정비하고 정상화 시키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리그 2위 리버풀은 2연패 당한 맨유와 달리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맨유의 턱 밑까지 추격하는데 성공했다. 리버풀은 지난 주말 빌라를 5-0으로 대파하며 맨유의 뒤를 쫒았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를 기점으로 폭발한 가공할 득점력은 최근 상승세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수준급 팀과의 연속 3경기(레알-맨유-빌라)에서 무려 13득점을 기록했다. 게다가 수비에서도 탄탄한 모습을 보이며 단 1실점에 그쳤다.
최근 상승세라면 충분히 리그 선두 탈환도 바라볼 만하다. 현재 맨유가 한 경기를 덜 치렀다는 점을 감안해도 최대 승점 차는 단 4점이다. 매번 그랬듯 리그 후반부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악순환만 반복하지 않는다면 막판 뒤집기 가능성도 충분하다.
선두탈환에 가장 분수령이 될 경기는 33라운드 아스널과의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 전에 펼쳐지는 챔피언스리그 8강 첼시와의 경기 역시 리그 우승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돼 리버풀로서는 4월 중반을 가장 주의해야 할 듯하다.
거스 히딩크 감독 부임 후 거침없는 상승세를 탔던 첼시는 토트넘 핫스퍼에게 0-1로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승점 격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이로써 첼시는 승점 61점으로 3위에 그대로 머무르고 말았지만 맨유가 패배하면서 리그 우승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은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앞으로 남은 일정은 첼시가 가장 무난해 보인다. 뉴캐슬-볼튼-에버튼의 순서대로 경기를 갖고 이 후에도 까다로운 경기는 없다. 그렇지만 첼시 역시 리버풀과의 챔피언스리그 8강 경기가 리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줄곧 4위 자리를 지켰던 빌라는 지난 주말 리버풀에게 0-5 대패하며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이날 패배로 빌라는 승점 52점에 머물면서 아스널에게 완벽히 4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최근 5경기에서 1무 4패를 기록하며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특히 5경기에서 득점은 3점에 그쳤지만 실점은 무려 12점을 기록하는 등 공수에서 최악에 상황에 직면했다. 체력적 부담 문제와 경험 부족이 지적됐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무너질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터라 빌라의 추락은 더욱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게다가 다음 경기 상대는 리그 선두 맨유이고 그 다음 라운드 상대는 바로 아래서 추격하고 있는 에버튼이라 그 부담은 더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순위 역전에 성공한 아스널은 이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간다는 각오다. 뉴캐슬을 맞아 3-1로 승리한 아스널은 최근 3경기에서 10골을 넣는 무서운 공격력을 뽐내며 4위 자리를 탈환했다.
아직 리버풀과 첼시, 맨유와의 경기가 한 번 씩 남아있어 완벽히 4위 자리를 굳힌 것은 아니지만 강호들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4위 자리를 탈환해 왔다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팀 당 리그 8~9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안개 속 형국으로 접어든 EPL의 상위권 다툼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