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봉하대군' 건평씨는 경남ㆍ김해 지역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며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재산을 `개인금고'처럼 사용해온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24일 검찰에 따르면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2차관은 2004년 6월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를 앞두고 지역 `큰어른'인 건평씨를 찾아가 출사표를 던지며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다.

    당시 이 지역에 새로 부임한 기관장이나 각종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건평씨를 찾아가 인사를 하는 게 관례화돼 있었다는 게 검찰과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건평씨는 박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마음을 크게 먹고 장 후보를 도와주라"고 했고 박 회장 측은 경남 창원시 모 호텔 지하 주차장에 당시 장 후보의 선거본부장이었던 김태웅 전 김해시장을 접선해 현금 5억원을 전달했다.

    조사 결과 장씨와 박 회장은 서로 아는 사이일 뿐 거액을 건넬 정도로 친밀한 관계는 아니었지만 박 회장은 건평씨의 전화 한 통화를 받고 아무런 주저함 없이 현금 5억여원을 건넸다는 것. 

    박 회장은 또 2005년 4월 재보선 때도 김해갑 선거구에 출마한 이정욱 열린우리당 후보를 도와주라는 건평씨의 `지시'를 받고 일면식도 없는 이 후보에게 선뜻 5억원을 전달했다.

    노씨는 특히 자신의 주거지인 김해 봉하마을의 자재 창고 주차장에서 직접 현금이 든 라면상자를 건네받은 뒤 김해관광호텔 앞에서 이씨에게 `배달'까지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노건평씨는 그 지역에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큰 어르신'"이라며 "그 지역에 부임한 기관장은 누구든 인사를 가고 그 앞에서 함부로 말도 못했다"고 귀띔했다. 

    건평씨는 이처럼 박 회장의 재산을 마치 자신의 호주머니인양 마음껏 사용하면서 지역의 `큰어른'으로 군림해왔다는 것이다. 

    이 둘의 관계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2005년 김해갑 재선거 때) 박 회장과 건평씨가 박 회장의 딸을 공천해 달라고 집요하게 요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건평씨는 박 회장의 재산을 사금고처럼 사용하며 지역 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대신 보상으로 박 회장에게 권력을 주고자 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2건 외에 건평씨가 박 회장의 자금을 또다른 인사에게 건넸는지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기다려보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