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홍콩 현지법인에서 차명으로 배당받은 685억원의 행방이 `박연차 금품로비 의혹' 수사의 폭발력을 증폭시킬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지금까지 박 회장의 회사 전표를 조사해 뭉칫돈이 빠져나간 시점과 통화내역, 여비서 다이어리 등을 종합 분석해 박 회장이 금품을 건넨 인사를 특정하는 방식으로 수사해왔다. 

    이를 통해 23일 현재 대검 중수부가 체포 또는 소환한 피의자는 이광재 민주당 의원 등 6명이다. 

    이와 별개로 검찰이 예의주시하는 것이 바로 홍콩 현지법인인 APC를 통해 조성한 자금이다. 

    지금까지는 이 자금이 대부분 해외에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검 중수부 수사팀은 최근 APC 자금 중 일부가 박 회장의 위장회사로 의심받는 아파트 건설시행사 DNS를 통해 국내로 유입된 정황을 포착했다는 것이다. 

    수사팀 관계자도 "APC 자금을 신줏단지 보듯이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태광실업 수익이 급증하자 2002년 10월 수익을 이전하려 차명으로 APC를 설립, 자본금 전액(51만 달러)을 대고도 미국 국적의 조모씨를 대주주로 내세운 뒤 2002년 10월∼2005년 10월 APC에서 원자재를 납품하는 것처럼 거래 단계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5천900만달러의 중계이익을 챙겼다.

    그는 조씨가 배당금을 받는 것처럼 위장해 685억3천여만원의 배당소득을 챙긴 뒤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아 종합소득세 242억7천여만원을 탈루한 혐의로 작년 12월 구속기소됐다.

    지난해 박 회장 측은 "200억원 정도가 홍콩에 남아있는 상태이고 나머지는 베트남과 중국, 캄보디아에서 현지 정부 고위층 관계자에 대한 로비 자금 및 사업 확장 비용 등으로 썼을 뿐, 국내로는 들여오지 않았다"고 해명했었다. 

    그러나 이 돈 일부가 태광실업 계열사인 정산개발이 경남 김해의 아파트 건설부지를 팔면서 막대한 이익을 챙겨 박 회장의 위장회사로 비자금 조성 역할을 한 의심을 받고 있는 DNS사로 유입된 정황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돈의 용처 등을 규명하기 위해 베트남으로 달아난 DNS 사장 강모씨의 귀국을 가족을 통해 종용하고 있다.

    검찰은 또 APC 자금 중 250만 달러가 정대근 전 농협회장의 친척 명의 홍콩계좌로 건네진 사실도 확인, 태광실업의 휴켐스 헐값인수 대가 명목인지도 보고 있다.

    검찰은 작년 12월 홍콩에 APC 계좌내역을 보내달라고 사법공조를 요청, 1차로 일부 자료를 건네받았으며 전체 자료를 추가로 요청한 상태다. 

    따라서 홍콩에서 모든 자료를 넘겨받아 자금의 흐름을 쫓고 사용처를 추적하다 보면 돈을 받은 정관계 인사가 더 늘어나고 수사 기간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APC 자금 중 50억원이 미국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인이 관리한 계좌로 송금됐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라 그 폭발력을 가늠할 수 없다는 게 검찰 안팎의 관측이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