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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투표제와 재외국민투표제의 정치적 영향 예상
민주당 김희철 의원이 지닌달 8일 공직선거 불참시 1만원 과태료를 부과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발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필자는 선거 제도 관련 개헌을 해야 한다는 개인적 의견을 갖고 있던 터에, 최근 선거법 관련한 이슈가 되는 해외거주국민 투표와 의무투표제 그리고 대통령선거와 총선과 지방선거에 대해 기획 취재 하고자 한다.
우선, 국회 행안위 소속인 김희철 의원이 발의 검토 중이라는 의무투표제부터 짚어보기로 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1만원이라는 벌금제를 도입했을 경우의 유권자의 반응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시행 전보다 투표율이 많이 상승할 수 있는 연령대는 20대 초반일 것이다. 대학생들이나 재수생과 고졸 직장인, 고졸 취업준비생, 직업연수생, 무직자 등이 대거 포함되어 있는 20대 초반의 경우에는 30대~50대 보다 1만원이라는 벌금에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경제력이 약한 연령층이기 때문이다.
60대 이상의 노년층도 경제력이 약하기는 비슷할 것이나 기존에 투표율이 여타 연령층 보다 높았으므로, 가장 투표율이 상승되리라고 기대되는 연령층은 역시 20대 초반이 될 것이다. 20대 초반과 더불어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저소득층 참여율도 대폭 상승하리라고 보여진다. 20대는 비교적 다른 연령대에 비하여 진보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사회적 경험이 미숙한 시기이기도 하다. 촛불집회에서 보여준 것처럼 바람을 일으키기에도 용이하고, 인터넷에도 익숙한 세대들이다. 결국 보수적인 한나라당이나 자유선진당이 아닌 민주당 소속 의원이 발의하게 된 숨은 셈도 거기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자기 자신과 자기 당에 해가 되는 법안을 발의한다면 1만원 벌금제를 도입해서 피해가 우려되는 보수 정당의 지원도 받기 어려울 뿐 더러 소속당인 민주당과 비교적 진보적인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의 지원 사격도 어려워 개정안 발의가 무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김 의원은 자기 자신의 차기 선거와 소속정당의 집토끼를 되찾게 될 것이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양승태 선거관리위원장 후보자는 행안위 인사청문회 때 논란은 있겠지만 검토할 여지가 있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벌금제를 도입하면 우선 투표율은 확실히 오를 것이 분명하다. 유권자가 지지하는 성향의 정당과 후보에게 심정적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투표하는 행동까지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참정권은 투표할 권리와 기권과 거부할 권리를 포함한다는 의견이 제시될 수 있어 이해득실을 따지게 될 여야 간의 마찰이 예상된다.
한편 지난 5일 국회에서 ‘재외국민 투표’법안이 가결되었다. 240만명이라는 대선과 총선에서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가진 재외국민의 참정권이 보장된 것이다. 게다가 해외에 일시 체류하게 되는 유학생과 외국 근무자 등의 부재자 투표까지 더 한다면 300만명에 가까운 엄청난 숫자인 것이다. 30만-40만 표로로 대통령 당선이 좌지 우지 되던 때를 생각하면 더더욱 큰 숫자이다.
대체로 교포들은 군부독재 시절엔 민주화 세력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었지만, 지금처럼 한국 경제가 발전한 상태에다 북한의 핵 보유 등의 사정 등을 감안해 볼 때,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줄 교포들이나 해외근무자가 야당을 지지하는 세력보다 많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본다. 혹시, 투표 불참시 벌금을 부과한다는 의무투표제 발상이 혹시나 재외국민투표에 맞대응 할 카드로 부상하게 된 것은 아닐까.
외국의 의무투표제 실시 국가 현황을 살펴 보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보실 제공) 유럽에선 1893년 벨기에가 처음 벌금과 공직제한 등 도입을 시작하여 룩셈부르크, 리히텐슈타인,그리스,키프로스,스위스, 등이 실시하고 있는데, 벨기에는 헌법과 선거법에 규정하여 2003년 96.4%의 투표율을 보인다고 한다. 중남미는 1912년 아르헨티나 도입을 시작으로 브라질, 코스타리카,멕시코,페루,칠레,에콰도르,볼리비아,우루과이가 벌금과 은행월급인출불가 등 다양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2005년 70.9%의 투표율을 보였다. 기타국가로는 호주1912년 도입, 벌금을 부과하고 미납시 징역형에 처할 수 있으며,태국과 싱가포르,피지,터키등에서도 도입하여 실시하고 있으며, 피지는 벌금형과 징역형이 가능하도록 헌법에 규정하였으나 처벌받은 사례는 없다고 한다. 호주는 2007년 94.8%의 투표율을 보였다.
2008년 우리나라 총선에서 보인 46%를 되돌아 볼 때, 의무투표제 도입이 투표율 상승에 기여하리라는 전망은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총선에 도입된 공원과 박물관 등 국공립시설 이용요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해주는 인센티브제 보다는 훨씬 더 많은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다. 지난 국회의 파행과 햄머와 전기톱까지 등장한 의회 활극을 보여준 국회의원들이 무슨 낯으로 공직선거 불참시 벌금을 내야 하는 의무투표제를 통과시킬 염치가 있을 지 자못 궁금하기만 하다.
또, 선거가 축제가 되지는 못할 망정 벌금을 받아야 될 지도 모르는 징벌적 제재로 변한다는 것이 서글프기만 하다. 사행심 조장이 염려된다면서 상품과 상금을 인센티브제에 넣지 않았다는데 그건 서민과 빈민층에겐 웃기는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다면 로또 등 복권제도를 싸그리 없애야 마땅하지 않은가.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돈 많은 분들이나 고급 공무원들은 그런 요행 없이도 요리 조리 잘 벌고 있겠지만, 빈민과 서민들에겐 벌금을 맞지 않으려고 투표장에 가는 것 보다는 상품이나 상금이 걸려 있는 것이 훨씬 반가울 것이다. 투표율이 떨어지는게 1만원 때문도 아니고 그날 바빠서는 더더욱 아니다. 정치가 개판이라고 생각되는 유권자들이 늘어난 것 뿐이다.
끝으로, 의무투표제를 통한 벌금 부과나, 벌금제를 통한 투표율 상승을 기대하기 전에, 국민의 기대에 맞는 성숙한 정치를 보여주길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 본다.
다음은 의무투표제 실시 국가 현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