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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초의 의사당 농성으로 시작한 사흘 간의 법안전쟁은 그렇게 막판 어처구니없는 패배로 끝났다. 경기종료 5 분전에 자살골로 마감하는 축구시합을 보는 듯했다". 민생개혁 입법 처리를 또 다시 미룬 2월 임시국회를 마감한 뒤 한나라당 조해진 의원은 이같이 분통을 터뜨렸다.
조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대선 전초기지였던 안국포럼 출신 초선 의원이다. 조 의원은 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어제의 본회의 법안처리 실패 사건은 원내 지도부와 국회의장단의 무능, 무책을 웅변한 표본"이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무능한' 거대 여당의 원내 지도부가 보인 안이한 대처와 함께 국회의장단의 매끄럽지 못한 의사진행을 법안 처리 실패 원인으로 꼽았다. 조 의원은 "법안처리 마감시한 5시간을 앞두고 원내 지도부가 본회의 개의를 2시간 늦춘 것부터가 잘못이었다"면서 "역시나 야당은 9시에 회의장에 들어와서 협조는커녕 오히려 적극적인 의사방해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조 의원은 "의장, 부의장이 시간 없다면서 의사진행을 다그친 것부터가 미스였다"면서 "상처입은 사자같이 웅크린 야당으로 하여금 '법안처리가 그렇게 급하단 말이지. 그렇다면 호락호락 협조해줄 수 없지. 어디 맛 좀 봐라'고 전의를 불러일으킨 것이 의장단의 쓸데없는 독촉발언이었고 그때부터 야당은 조직적인 필리버스터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3일 밤 마감시한을 얼마남지 않은 상황, 조 의원은 법안 하나라도 더 처리해야하는 순간에 보여준 의장단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꼬집었다. 조 의원은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반복하는 사이에 법안 처리는 초읽기에 몰리고 야당은 더욱 격렬하게 저항했다"며 "쓸데없는 발언을 할 시간에 법안 한개라도 더 처리해야할 의장단이 그러고 있는 것을 보고 '아하! 말은 저렇게 해도 실상 법안처리가 그렇게 다급하지 않은 게로구나. 안 그러면 어떻게 저런 상식 이하의 언행으로 금쪽같은 시간을 흘리고 있을 수 있나? 아니면 의장단이 패닉상태에 빠져서 사리분별력을 잃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개탄했다.
조 의원은 "이 지도부, 이 의장단으로는 국회를 제대로 이끌어가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더욱 굳혀진 참담한 밤이었다"고 고개 저으며 글을 마무리했다.
<다음은 한나라당 조해진 의원이 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원내 지도부와 국회의장단의 한계를 보여준 법안처리 실패사태" 전문>
어제의 본회의 법안처리 실패 사건은 원내 지도부와 국회의장단의 무능, 무책(無策)을 웅변한 표본이었다.법안처리 마감시한 5시간을 앞두고 원내 지도부가 본회의 개의를 2시간 늦춘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지도부는 야당이 의원총회중인데, 의총 끝나고 9시부터 본회의에 출석해서 법안처리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협조하겠다고 하니 기다려주자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지도부의 안일한 판단이었다.
그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야당은 회의장에 다 들어오지도 않고, 들어와서도 의사진행에 협조하기보다는 자기들끼리 농담이나 주고받고, 표결에도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어제 경우는 야당이 자기들 딴에는 여당에게 밀렸다고 생각해서 앙앙불락하고 있는 상태였다. 역시나 야당은 9시에 회의장에 들어와서 협조는커녕 오히려 적극적인 의사방해에 나섰다.
두 번째 잘못은 국회의장단에게 있었다. 9시부터 시작했지만 의사진행만 매끄럽게 했으면 3시간으로도 법안처리가 충분했다. 의장, 부의장이 시간 없다면서 의사진행을 다그친 것부터가 미스였다. 상처입은 사자같이 웅크린 야당으로 하여금 ‘법안처리가 그렇게 급하단 말이지. 그렇다면 호락호락 협조해줄 수 없지. 어디 맛 좀 봐라’ 하고 전의를 불러일으킨 것이 의장단의 쓸데없는 독촉발언이었다. 그때부터 야당은 조직적인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이윤성 부의장이 시간절약을 내세워서 야당의원의 반대토론을 5분에서 3분으로 줄인 것은 결과적으로 야당을 도발한 것이 됐다. 잘 걸렸다 하고 야당이 벌떼같이 들고 일어났고, 야당의원 반대토론 신청이 전달 안 된 일까지 겹쳐서 사태가 일파만파가 됐다. 야당의 공격에 이 부의장이 일일이 대꾸를 한 것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결과적으로 2분 아끼려다 20분을 잡아먹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수습불능 상태에서 뒤늦게 의사봉을 넘겨받아 진화에 나선 김형오 의장도 마찬가지였다. 야당이 소란을 피워도 오불관언하고 의사진행을 계속 했으면 장내가 정리되고 야당이 제풀에 지쳤을텐데, 의사봉을 넘겨받고부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야당은 의사진행에 협조해라. 법안처리가 불발하면 당신들 책임이다” 하는 말을 계속했다.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반복하는 사이에 법안처리는 초읽기에 몰리고 야당은 더욱 격렬하게 저항했다. 쓸데없는 발언을 할 시간에 법안 한개라도 더 처리해야할 의장단이 그러고 있는 것을 보고 의석에 앉은 필자는 ‘아하! 말은 저렇게 해도 실상 법안처리가 그렇게 다급하지 않은 게로구나. 안 그러면 어떻게 저런 상식 이하의 언행으로 금쪽같은 시간을 흘리고 있을 수 있나? 아니면 의장단이 패닉상태에 빠져서 사리분별력을 잃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야당의 반대토론 속에 정각 12시 김형오 의장의 폐회 선언을 하자 여당의원들은 부글부글 끓으면서 의원총회로 이동했고, 필리버스터에 성공한 야당은 의기양양, 여당 꽁무니에 조롱과 야유를 퍼부었다. 폭발직전의 분위기를 느낀 원내대표는 토론없이 의총을 종결할 것을 선언했고, 여당 최초의 의사당 농성으로 시작한 사흘 간의 법안전쟁은 그렇게 막판 어처구니없는 패배로 끝났다. 경기종료 5분전에 자살골로 마감하는 축구시합을 보는 듯했다.
이 지도부, 이 의장단으로는 국회를 제대로 이끌어가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더욱 굳혀진 참담한 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