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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3일, 밤 9시가 돼서야 어렵사리 본회의가 시작됐지만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고의적 의사 진행 방해) 전술이 곧바로 시작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5분 발언과 반대토론으로 시간을 끌었고, 민주당 이종걸 의원과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의 반대토론이 길어지면서 밤 12시를 넘겨 당초 처리가 예상됐던 18개 법안의 발이 묶였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본회의 마감시간 3분 전에 이 의원이 반대토론을 신청하자 "이 의원의 발언은 법안 통과를 막는 발언이다. 그래도 할 것이냐"고 물었고 이 의원은 "예"라고 답했다. 여야 합의를 거친 법안 처리마저 막은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가 산회되는 순간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정쟁으로 2월 국회를 마감한 날, 야당 의원들은 웃었지만 세계적 경제위기로 허덕이는 지역경제는 더욱 깊은 시름에 빠지게 됐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 통과가 좌절됨에 따라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 50조원 이상이 투자되는 30대 국책 선도프로젝트와 광역권 선도사업 예산이 법적 근거를 갖지 못하게 됐기 때문.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난해 광역 경제권별로 선도사업을 신청하고 이에 따라 중앙 정부는 관련 예산을 보내기로 했지만 멈춰설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당장 4월 1일부터 지방에 내려가야 할 '지방포괄보조금' 투입 역시 차질을 빚게 됐다.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이 제도는 지원을 받는 시·도 등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운용하도록 할 계획이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시행할 수 없다.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지난해 '5+2 광역경제권' 전략을 제시한 데 이어 지역발전정책과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연이어 발표했다. 지역발전 5개년 계획에 따라 2009년부터 5년간 50조원을 투자하는 선도산업 육성계획, 그리고 지역산업과 거점대학 육성(각 5년간 5조5000억원과 5000억원 재정 지원) 방안 등이 담겨있다. 특히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에서도 '지방경제 우선 시책'을 포함, 2009년도 수정예산안에 SOC 추가 투자액 4조600억원 중 90%수준을 지방에 투입하고 지방기업에 4400억원을 지원하는 등 확대 편성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은 통합적이고 효율적인 지역발전정책을 위해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보건복지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등 각 부처가 머리를 맞댔으며 각 지역 마다의 이해 격차를 줄이기 위한 수차례 당정협의를 거쳐 여야 합의까지 이룬 상태였다.
법안 통과를 기다리며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본 최상철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4일 "아쉽다. 그러나 여야가 합의했고, 상임위까지 통과한 법안이니 곧 처리되지 않겠느냐"며 씁쓸해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특히 각 지역에서 서운해 할 것"이라면서 "국회에서 협조가 잘 안돼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한 시간만 더 있었더라도…"라며 안타까움을 거듭 표현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은 당초 법안 처리 순서가 70번째였다. 야당 의원들의 반대 토론 도중 회기를 마감할 때까지 처리된 법안의 순번은 64번까지였으니 최 위원장의 아쉬움이 더했다. 최 위원장은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지방발전계획을 더욱 다듬어나가겠다"며 차기 임시국회 통과를 기대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당초 지난해 12월 법 개정 추진을 목표로 계획을 수립해왔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은 기자회견을 갖고 "여야 합의에 의해 상임위에서 처리돼 본회의로 넘어간 법안을 당연히 뒷받침해야함에도 (민주당이) 볼모로 잡았다. 지역경제활성화하는 것 발목을 잡은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금 당장 지역에 경제를 회생하는데 도움되는 돈을 내려보내야 하는데 법적근거가 없어 못내려 보낸다"고 개탄했다.
김 의원은 광역경제권을 바탕으로한 지역발전 5개년 계획에 제동이 걸리게 된 것과 관련해 "법정계획으로 성립이 안돼 법 통과시까지 지역경제 회생이 매우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방을 살리자고 외치는 분들이, 지방경제가 도산하고 있다는 분들이 이 법을 볼모로 잡은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하루빨리 조치가 취해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