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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국회 폭력 사태가 재연되는듯 했지만 결국 국회는 파국을 피했다. 2일 여야는 극적 합의를 이뤘다. 최대 쟁점인 미디어 관련법 중 방송법, 신문법, IPTV법, 정보통신망법은 3월 초 소관 상임위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자문기구를 둬 이곳에서 100일간 여론 수렴을 거친 뒤 6월 임시국회에서 표결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한나라당 박희태,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합의한 뒤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한나라당 민주당 선진과창조의모임)가 모인 자리에서 최종 합의문을 만들었다. 한나라당으로선 처리시한을 못박고 민주당에게 표결처리 약속까지 받아낸 점이 성과라 할 수 있다. 민주당도 사회적 논의추진기구를 만들자는 주장을 관철시켰고 100일간 여론전을 펼 시간을 벌었다. 또 한나라당이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사 진출을 불허하겠다고 언급했기 때문에 향후 논의과정에서 양보안을 받아낼 가능성도 열어뒀다. 미디어 관련법 중 이견이 적은 저작권법과 디지털방송전환법은 이번 국회에 처리키로 합의했다.
여야가 이같은 합의안을 만들어 낸 것은 여론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대 쟁점인 미디어 관련법은 아직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여당으로선 이 법안을 야당과의 합의없이 밀어붙일 경우 심한 후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면 당장 4월 국회의원 재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심각한 경제위기 속에 '대안없이 발목만 잡는다'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다시 '폭력국회'를 재연할 경우 민주당이 떠안아야 할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새벽에 나온 김형오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믿고 본청에 있던 당직자와 보좌진을 철수시켜 물리적 저지도 힘든 상황이었다.
이런 고민 끝에 여야가 극적 합의를 이뤄냈지만 합의 내용에 대해선 향후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크다. 가장 큰 논란이 될 부분은 미디어 관련법 중 방송법과 신문법을 포함한 4개 법안에 대해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처리한다는 내용이다. 여론 수렴을 위한 자문기구인데 그동안 한나라당은 사회적 논의추진기구를 만들자는 민주당 주장에 "방송법을 놓고 사회적 논의기구를 하자고 하면 의원들은 배지를 떼야 한다"고(홍준표 원내대표.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까지 말하며 강하게 거부해왔다.
이런 합의내용에 당장 자유선진당이 반발하고 나섰다. 박선영 대변인은 여야 합의 뒤 브리핑을 통해 "입법기구인 국회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이유로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는 것은 입법부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경제도 어려운데 혈세로 위헌적 국회 운영을 한다면 국회는 존재할 가치도 필요도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또 "그것도 입법부 수장이 내놓은 안이라는데 참 한심하다"며 "이런 식이라면 국회의장은 사퇴하고 국회를 해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구나 사회적 논의추진기구를 보는 여야의 시각도 크다. 합의문 발표를 하러 국회 브리핑룸을 찾은 한나라당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기구를 "자문기구일 뿐"이라고 했지만 민주당은 이 기구를 통해 법안을 수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여야는 경제관련법안에 대해선 여야정 협의를 거쳐 수정할 것은 수정해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밤 해당 상임위를 열어 합의한 뒤 3일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지주회사법과 산업은행법은 4월 국회에서, 주공과 토공 통합법은 4월 첫 주에 처리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