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2일 한나라당 최고위원, 중진의원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같이 하며 2월 국회에서의 전폭적 지원과 당 화합을 강조했다. 특히 이날 57번째 생일을 맞은 박근혜 전 대표에게 각별한 예우를 보이며 '화합 무드' 조성에 노력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회동 의미를 "회동의 키워드는 당청간의 소통과 화합, 그리고 박 전 대표의 생신 축하"라고 표현할 만큼 청와대는 박 전 대표에 공을 들였다. 이 대통령은 수차례 박 전 대표의 생일을 언급하며 축하했고, 청와대는 생일 케이크를 마련했다. 이 대통령은 "당정이 진정 화합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데 나부터 나서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이 대통령이 내민 손을 박 전 대표가 흔쾌히 잡은 것으로 판단하기엔 일러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오찬 후 마무리 인사에서 "쟁점법안일수록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국민간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쟁점법안과 관련해 정부 야당 국민이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언뜻 2월 국회를 앞둔 정부와 여당의 '속도전'을 비판한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오전 11시 48분경 이 대통령이 환담장에 도착, 박 전 대표와 인사를 나누면서부터 약 1시간 40분간 당청 소통의 시간은 계속됐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의 약간 어색해보이는 '소통과 화합'의 장면을 정리해 본다.

    #1. "날짜를 맞춘 것 같다". 이 대통령은 환담장에 들어선 뒤 이같이 말하며 박 전 대표의 57번째 생일을 축하했다. 타 참석자들과의 인사 시간보다 길게 손을 맞잡은 채 "오늘 또…(생신이다)"라고 분위기를 조성했고, 박 전 대표도 "그렇게 됐다"며 웃으며 답했다.

    #2. 박근혜의 '간격 유지'. 환담장에 미리 도착한 박 전 대표는 참석자들로부터 "생신 축하한다"는 인사를 받았다. '상석'격인 가운데 자리로 오시라는 의원들의 권유에 이 대통령 바로 옆 자리에 위치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오찬장으로 향하기까지 악수할 때를 제외하고는 이 대통령과 1m 정도의 거리를 계속 유지했다. 의원들간 나누는 덕담에도 간혹 엷은 미소만 보일 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

    #3. "생일 케이크는 없나" 이 대통령은 환담장에서 인사말을 시작하며 다시 한번 박 전 대표의 생일을 거론, 분위기를 돋웠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준비했습니다"라고 답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마련된 한과를 접시에 담아 손수 박 전 대표에게 전했고, 박 전 대표는 이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오찬장으로 이동한 후에도 박 전 대표에게 직접 자리를 안내하는 성의를 보였다. 오찬장에서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 바로 왼편에 자리했다.

    #4. "쟁점법안과 관련해 정부, 야당, 국민이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차이가 크다". 오찬 마무리 무렵, 맨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박 전 대표의 '태클'이 나왔다. 박 전 대표는 "대통령께서 직접 생일 축하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도 "2월 국회가 오늘부터 시작되는데 쟁점법안일수록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국민간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여당의 쟁점법안 처리 방식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읽혔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이견이 있을 수 없는 당연한 말"이라며 원칙적 의미로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