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쟁점법안 합의 결과를 두고 한나라당에서 사퇴압박까지 받고 있는 홍준표 원내대표는 7일 서울 여의도 당사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틀 전에 있었던 여야 합의에 일부 의원들의 분통 터지는 모습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은 한나라당의 완패'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한나라당은 특히 친이(이명박)계를 중심으로 홍 원내대표와 원내지도부를 겨냥한 비판을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자리에서 홍 원내대표는 자칫 한나라당의 내홍으로 확산될 수 있는 사태를 막기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홍 원내대표는 "국회 폭력점거 상태나 파행이 장기화되면 정부여당의 책임이 가중되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라도 이런 국회 파행사태를 막아야 된다는 불가피한 조치로 합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두발언 내내 홍 원내대표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이날 아침, 당사 1층 복도에서 홍 원내대표와 마주친 정몽준 최고위원은 침울해 있는 그의 얼굴을 보더니 "고생이 많다"고 걱정했고, 홍 원내대표는 "고생은 무슨…"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홍 원내대표는 "의원님들이 이해해 달라"며 재차 양해를 구했다. 지금껏 원내 운영을 개인플레이로 일관해 '독불장군' '독고다이' '돈키호테'라며 일부 의원들에게 비판을 받았어도 끄덕없이 마이웨이를 외쳤던 그가 이번 합의에서만큼은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한나라당의 잠재적 내홍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홍 원내대표는 "결코 폭력에 굴해서 합의한 게 아니라 정부여당에 너무 부담이라 국회파행을 막기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이었다"면서 "앞으로는 폭력국회가 재발 안되도록 방지책을 강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원내지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거듭 말씀 드린다"고 강조한 뒤 "일부 의원 뿐 아니라 전체 의원의 분통 터지는 모습을 나는 충분히 이해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친이계의 '홍준표 사퇴론 촉구'를 염두에 둔 듯 "사퇴를 한다든지, 문책한다는 것은 지엽적 문제"라며 "한나라당의 기본적인 문제인 '웰빙정당, 두나라당' 이라는 것을 고치지 않으면 무엇이 달라질 게 있느냐"고 꼬집었다. 정 최고위원은 쟁점법안 합의 결과에 대해서는 "언론에서 '한나라당 지리멸렬이다'고 평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전멸했다'"고 혹평했다. 정 최고위원은 "집문서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맨몸으로 집에서 쫓겨나서 길거리에 앉아 있는 기분"이라고도 표현했다. 

    그러나 정 최고위원은 친이계가 주장하는 '원내지도부 사퇴촉구'는 "우리(최고위원)을 포함해서 한나라당 172명 다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반박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어 "우리가 동료애라는 것이 있느냐"며 "우리 당 의원들도 민주당 의원들 못지않게 의원직 사퇴도 불사한다는 그런 결연한 자세를 갖고 (국정운영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