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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언제 대통령 선거의 큰 공약 중 하나였던 대운하를 폐기했는지, 폐기했다면 그 공약을 걸고 선거에 나온 대통령한테 찍은 많은 투표자들이 있는데 그 투표자들한테 어떤 식으로 양해를 받았는지 묻고 싶다"
정부의 4개강 정비사업이 다시 '대운하' 추진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데 그간 보수 진영을 대변해 온 소설가 이문열씨는 '대운하' 추진 논란을 이렇게 봤다. '한반도 대운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 대선 공약이었고 이 공약이 폐기된다면 지난 대선 때 이 대통령에게 표를 준 유권자들에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씨는 6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에 출연, 대운하 관련 질문에 "나는 투표자의 한 사람으로 물어보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방송에서 나오는 걸 보면 (대운하 공약은) 꼭 당연하게 폐기돼 있고 전국민이 반대하는 걸로 간주돼 있는데 그 부분에 의문이 있다"면서 말문을 열었다.그는 "언제 정부가 공식적으로 폐기했으며, 또 폐기할 때는 분명히 사과라든가 미안하다는 말이 있어야 한다"면서 "그 공약을 믿어서 찍은 사람도 많을텐데, 이런 것을 명확히 하지 않고 정부가 폐기한 것으로 단정지어서 만들어지는 이런 논의 방식이 참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회적 의사결정에서도 이상하게 언론이 만들어가는 모양이 있다"면서 "내가 보기에 국민 대다수가 (대운하 공약을 반대) 했다는 어느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적으로 여론조사를 해봤다는데 그것도 사실은 그렇게 근거가 없다"면서 "조사 방식에 따라 '안한다'는 사람이 높은 상태에서 물어 나오는 것(여론조사 결과)과, 정식으로 우리가 '일(대운하)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정하면서 결정해 보자, 투표를 하자'고 할 때 하고는 (결과가) 다를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만약 저번에 말한(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 그것이 결론이라고 한다면 그것(대운하)을 지지하고 표를 줬던 사람들한테 분명히 사과와 어떤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그런데 사회적 논의 방향 방식이 이상하고 그런 면에서 나는 (대운하 추진 문제가) 명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보수와 진보 양 진영 모두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는 병이 깊이 들어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양 진영이 "기득권이란 말을 만들어 서로 덮어씌우는데 사실은 기득권 유지가 목적이고 온갖 자기 주장을 덧붙여 자기 기득권 유지가 곧 민주화가 되는 것처럼 우기다 보니 싸움이 더 맹렬해지고 사회가 더 혼란스러워 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지난 10년 동안 어떤 보수쪽의 반발 중에는 잃어버린 기득권에 대한 향수라든가 혹은 아쉬움이 작동을 했을 것이고 지난 1년 동안 (진보 진영에서) 맹렬하게 이뤄진 것도 짧게 보면 대선 불복이 될 것"이라며 "본질적으로 볼 때는 지난 10년 동안에 누렸던 신 기득권층들이 단 것을 놓치기 싫어 반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1년 일부 시민단체가 이씨의 소설책을 불태운 이른바 '홍위병 파문'에 대해서는 "그때 그 홍위병들이 각 분야 권력 핵심에 들어가 재미를 보다 이제 내놓게 되니까 각 분야에서 저항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 국회 파행, 특히 미디어 관련법을 둘러싼 여야의 첨예한 대립에 대해 "무슨 언론 사수 한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민주도 언론도 아니고 지난 10년 그 방향에서 재미본 사람들이 기득권을 놓치기 싫어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