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의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에 대한 불만이 노골적이다. 홍 원내대표의 이같은 행동은 5일 열린 '국회의장 주재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담'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의장실에서 3당 원내대표를 모아 회담을 가졌다. 2시로 예정된 이 모임에서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는 각각 시간에 맞춰 김 의장을 예방했다. 그러나 예정시각이 넘었는데도 홍 원내대표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김 의장은 모두발언에 앞서 이날 새벽 로텐더홀 농성을 접은 원 원내대표에게 "넥타이 오랜만에 한 거 아니냐, (농성하느라)고함을 많이 질렀을텐데 목소리는 많이 안 쉬었네"라고 뼈있는 농을 건넸고, 원 원내대표는 "의장님 만난다고 해서 오랜만에 넥타이를 했다"고 화답했다. 

    원 원내대표는 이어 "제 시간에 맞춰 회담에 나오려고 의원회관까지 뛰어갔다 다시 오느라 고생했다"면서 땀이 맺힌 얼굴을 보여줬다. 그러자 김 의장은 예정된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홍 원내대표를 겨냥해 "이렇게 시간 맞추려고 뛰어오는 사람도 있는데 시간 맞추고 약속 지키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역시 선진과 창조모임의 원내대표 자격으로 문 대표가 참석한 데 반발해 회담을 보이콧 한 바 있다. 

    약 6분이 지난 후 홍 원내대표, 김정권 원내대변인,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한나라당)가 들어오자 김 의장은 홍 원내대표 팀을 향해 "빨리 좀 안오고…"라며 가볍게 타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회의장에 들어선 홍 원내대표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그는 불만 가득한 눈빛으로 김 의장과 제대로 눈빛도 마주치지 않았다. 문 대표가 먼저 악수를 청하자 홍 원내대표는 눈도 안 마주친 채 마지못해 악수를 나눴다. 각 당 원내대표들이 돌아가며 발언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 의장이 먼저 "세 분 대표께서 자리해줘서 고맙다. 국회라는 곳이 두말 필요없이 대화하고 타협해야 하는 곳"이라며 "나는 그동안에 대화의 불씨가 꺼지지 않게 하려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선을 다했는지 아닌지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받을 각오가 됐다"면서 "오늘 모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도록 하자. 말싸움, 말장난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 실적, 법안으로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원내대표도 "국민요구에 따라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국회가 되도록 여야가 힘을 합치는 한해가 되자. 이 자리가 그 첫걸음이 되길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모두발언 내내 자신에게 눈길 한번 주지않는 홍 원내대표를 의식했는지 문 대표는 "그동안 원내대표단을 이끌어주신 홍 원내대표와 원 원내대표께 감사드린다"고 홍 원내대표를 치켜세웠다. 문 대표는 "두분이 그동안 이미 가합의한 게 어느 정도 있으니 그것을 중심으로 전권을 위임받아서 조건없이 큰 틀에서 일괄 타협해나가고, 나머지는 국민과 충분히 논의해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가 아무런 반응도 없자, 문 대표가 "홍 대표님, 제가 열심히 하겠습니다"고 호소할 정도였다. 그러나 여전히 홍 원내대표는 묵묵부답이었다. 홍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조차 하지 않았다. 분위기가 더 냉랭지자  김 의장이 "홍 원내대표는 본론으로 바로 들어갈 계획 같으니 이것으로 공개는 마치겠다"며 급하게 진화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