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여야 극한 대치 상황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2일 대구를 방문해 "대화로 타결됐으면 좋겠다"는 짤막한 답변을 내놨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가 '정치적 지도자'로서 현 정국에 대한 본인 입장을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 됐었다. 또 야권에서는 "침묵이 너무 길다"(민주당 전병헌 의원) "비겁하다"(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는 비판이 일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이같은 발언이 "원론적인 답변"이라면서도 "지금 상황에서 그가 특별히 할 말이 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안 의원은 5일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나와 "박 전 대표가 의원 총회는 거의 안 나왔다"고 운을 뗐다. 안 의원은 "이것(여야 대치) 때문에 안 나오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박 전 대표가)발언한 것은 앞으로 화해가 잘 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합의가 잘 되는 것을 원하는 원론적 발언이라고 생각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여권에 힘을 보태는 한 마디를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는 질문에 안 의원은 "'대화와 타협을 위해 노력하는 게 좋겠다'는 원론적인 말 외에 지금 뭐 특별히 할 얘기가 있겠느냐"고 두둔했다. 안 의원은 '너무 조용하게 있다 보니 너무 자신의 이미지 관리와 차기 대권만을 의식한다는 비판이 당내에서 제기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게까지 보고 싶지는 않다"고 답했다. 안 의원은 "당을 직접 이끈다면 다른 발언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조용히 칩거하는 상태에서 국민이나 당원을 상대로 '강행처리 하자'는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박 전 대표가)지금 상태에서는 원론적이고 국민이 바라는 발언을 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이 자리에서 지난해 6월 자신과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였던 김형오 국회의장을 비판했다. 안 의원은 전날(4일) 김 의장이 '직권 상정은 앞으로도 자제하겠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 달 중에는 임시국회 열지 않겠다'고 한 발언을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안 의원은 "2월에 국회를 열어 쟁점 법안을 처리하면 지금까지 20여일간 국회를 불법과 폭력으로 점거한 것을 그대로 용인하는 것 아니냐"면서 "그렇면 법안 처리는 사실상 힘들어진다. 사실상 포기하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또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온건파가 설 자리 없다'며 당내 강경파에 서운함을 표한데 대해 "홍 원내대표가 자꾸 원칙이 바뀌니까 혼란스러워 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 6개월만에 참석했다. 박 전 의원의 이날 발언은 지난 2일 발언보다 수위가 높았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국가 발전 위하고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내놓은 법안이 국민에게 오히려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이 굉장히 안타깝다"며 쓴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