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당 공식회의에 6개월만에 참석했다.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회의에 참석한 것인데 박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30일 첫 회의 참석 이후 6개월만이다.

    박 전 대표는 마이크도 잡았다. 박희태 대표의 권유였지만 박 전 대표의 발언 내용은 강도가 높았다. 작심한 듯한 발언이었다. 박 전 대표는 국회 파행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날 발언은 쟁점법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강행처리 입장을 비판하는 내용이어서 향후 당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박 전 대표는 지난 2일 대구 방문에서 "끝까지 대화로 타결이 되면 정말 좋겠다"면서 당의 강행처리 입장과는 차이를 나타낸 바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발언 수위를 높였다. "요즘 국회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내가 느낀 바를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한 마디 하겠다"며 말문을 연 박 전 대표는 먼저 본회의장을 점거 중인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는 "지금 야당이 그동안에 한나라당의 협상제의라든가 이런 것을 거부하고, 대화도 계속 거부해가면서 국회의사당을 점거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곧바로 자당이 강행 처리를 주장하는 쟁점법안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나라당이 국가발전을 위하고, 또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내놓은 법안들이 국민에게 오히려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도 굉장히 안타깝다"고 했다. 박 전 대표는 "내가 당 대표하던 시절에 그때 다수당이었고, 또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4대 악법'을 내걸고 다수당이라는 이유로 밀어붙이고 강행처리하려고 했었다"면서 "당 대표로서 그때 그런 점이 가장 안타까운 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선거에서 국민은 한나라당을 선택함으로써 우리가 다수당이 되고 또 여당이 되도록 이렇게 만들어 주셨다. 다시 말하면 한나라당이 정책을 펴나가도록 하는데 그런 권한을 위임한 것이라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또 동시에 우리를 다수당으로 만들어줘서 국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이끌어주길 바란다는 책임도 우리에게 부여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박 전 대표는 "이 법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국민통합을 위해 다수당인 우리 당이 한걸음 더 나가야 되지 않겠는가"며 "지도부에서 그동안 애도 많이 쓰고 고민도 많았고 많이 참았지만 다수당으로서 국민 앞에 큰 그림을, 큰 모습을 우리가 보여드려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 뒤 "그래서 우리 당이 그렇게 노력할 때 그 모습을 보고 국민이 옳고그름을 판단할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