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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일자 사설 '회사 살리려다 희생양 된 어느 노조 조합장'입니다. 네티즌의 토론과 사색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태성공업 노조가 지난 31일 총회를 열어 금속노조 탈퇴를 투표에 부쳤다가 찬성 27, 반대 31로 부결됐다. 이어 실시된 노조 조합장 탄핵 투표는 찬성 36명으로 가결됐다. 이렇게 해서 산별(産別) 노조의 무분별한 정치파업 지시에 들고 일어난 작은 반란은 노조 조합장을 희생양으로 만들고 진압되고 말았다.
태성공업은 종업원 116명에 연(年) 매출액 96억원의 현대차 협력회사다. 종업원 가운데 절반을 1명 넘는 59명이 노조원이다. 2001년 기업별 노조가 산별 노조로 체제를 바꾸면서 태성공업 노조는 민주노총 계열인 금속노조 산하로 들어갔다. 그 후 9년 내리 파업을 벌였다. 파업 이슈는 FTA 반대,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등이었다. 금속노조 지시 탓이다. 산별노조 체제에선 산별노조가 협상권·파업권을 거머쥐고 있어 개별 기업 노조는 허수아비 노릇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비조합원 57명도 파업 때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일손을 놓았다.작년 하반기 국내외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자 태성공업이 현대차에서 받아오던 일감도 절반으로 줄었다. 회사는 직원 10%를 생산라인에서 빼내 교육을 보낼 수밖에 없게 됐다. 직원들 사이에 구조조정의 위기감이 퍼졌다. 일부 노조원들은 회사 살리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 강성 금속노조를 탈퇴하기로 마음먹었다. 금속노조가 가만 있지 않았다. "조합장이 회사의 뒷돈을 받고 조합을 탈퇴하려 한다"는 흑색선전을 벌였다. 금속노조가 투쟁으로 생존권을 지켜주겠다는 장담도 곁들였다. 마음 약한 노조원들 상당수는 금속노조의 흑색선전과 장담에 넘어갔고 회사의 구조조정, 나아가 폐업사태를 막아보자던 충정은 이렇게 묻혀 버렸다.
100인 이상 사업장 노사 2000명은 올해 가장 걱정되는 걸로 '고용 불안으로 인한 노사 갈등'을 꼽았다. 한국은행은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을 0.6%로, 민간연구소는 마이너스 성장을 점치고 있다. 새로 생기는 일자리도 작년보다 10만~15만개 줄어들고 기업도 생존을 위해 감원 등 구조조정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노조 설립 이후 1994년 한 해를 빼고 21년 내리 파업을 해온 현대차 노조 안에서 최근 반장·계장급 생산직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회사의 비상경영에 동참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올해 우리 경제에서 자기 몫만 키우려는 파업은 다같이 죽는 길이라는 깨달음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