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마지막 날인 31일 이명박 대통령이 우울한 소식을 받았다. 한동안 상승세를 타던 지지율이 연말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 자체 조사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연말까지 40%대에 진입하겠다던 한나라당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2008년 마지막 주간 정례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23.4%에 그쳤다.

    전주 조사까지 2주째 상승곡선을 탔던 이 대통령 지지율은 3주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무엇보다 하락폭이 컸다. 전주 조사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은 33.3%였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무려 9.9%P나 빠졌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비판여론도 커졌다. 전주 조사때 보다 8.7%P나 올라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8.5%로 나타났다.

    지원군인 한나라당 지지층과 텃밭이라 할 수 있는 서울 지역에서 하락폭이 커 보수색채를 강화하며 지지층 결집을 꾀하고 있는 이 대통령으로선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지지층에선 21.2%P가 빠졌고 서울지역에선 19.6%P가 하락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대전·충청 지역에서도 20.1%P나 하락하며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주도했다. 성별로는 여성(↓18.4%P)에서, 연령별로는 최근 상승세를 보였던 30대(↓21.9%P)에서 하락폭이 컸다. 이번 조사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주도한 층은 공교롭게도 지난 주 조사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 상승을 주도했던 지지층이기도 하다.

    파행을 겪고 있는 국회 상황 탓에 정당 지지율은 모두 빠졌지만 한나라당의 타격이 가장 크다. 지지율이 30%대 초반대로 뚝 떨어져 비상이 걸렸다. 민주당과 두 배 가량 차이나던 지지율도 한 자릿수로 좁혀졌다. 한나라당 지지율은 전주 조사 대비 3.0%P 하락하며 31.5%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12월 조사에서 가장 낮은 지지율이며 지난 10월 쌀 직불금 사태로 29.2%까지 떨어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민주당도 국회 파행의 책임에서 비껴가지 못했다.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 중인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 조사때 보다 1.0%P 빠져 23.2%이었다. 민주당과 함께 본회의장 점거에 가세한 민주노동당 역시 1.0%P 하락해 8.6%를 기록했다. 자유선진당이 7.3%, 친박연대 4.3%, 창조한국당 1.7%, 진보신당 1.1% 순으로 나타났고 무당파가 4.4%P 증가하며 22.4%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12월 29~30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전화로 조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3.7%P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