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국회본회의장 기습점거를 둘러싸고 김형오 국회의장이 29일 '질서유지권'을 천명한 가운데 국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앞서 오전 김 의장은 성명에서 "오늘 자정까지 민주당의 본회의장과 상임위원장 점거를 해제 요구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국회법에 따라 질서 유지권 발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의장의 '질서유지권'과 '경호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후 8시 현재, 민주당 당직자들은 국회 본회의장 로텐더홀에서 'MB악법 직권상정 결사반대'라고 쓰여진 플래카드를 걸고 본회의장 주변을 점거하고 있다. 이들은 잡담을 나누거나 책을 보고, 누워서 잠을 자고 있다.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에는 '비공개 회의중'이라는 푯말이 걸린 채 굳게 잠겨있다.

    경호권이 발동되면, 65명의 국회 경위는 민주당이 안에서 잠근 문을 강제로 열고, 점거 중인 의원들을 끌어낼 수 있게 된다. 이럴 경우 민주당 의원과 국회 경위들간에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김 의장이 경호권 발동 의지를 내비침에 따라 29일 자정을 H-hour로 보고 '물리력 동원'을 스타트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자정에 민주당 점거사태가 해소될 가능성이 있고 국회 경위처 직원의 수적 열세 등으로 이날 자정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평도 있다. 의장이 외부 경찰력을 지원 요청할 수 있지만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경찰은 의사당 건물 밖에서만 경호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실제 본회의장에는 투입될 수 없다.

    국회 사무처 한 관계자는 "국회 경위 65명과 방어과 90여명이 있는데 한 의원당 (끌어내려면) 4명의 경위가 필요하다"며 "본회의장에 70여명 정도 민주당 의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155명의 국회 경위 숫자로는 당장 오늘 자정 민주당 의원들을 끌어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회 경위들만으로 물리력을 동원한 점거해소는 어렵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9시 여야 타결 파행시, 국회 의장의 경호권 발동 시기는 이르면 30일 오전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본회의장 봉쇄가 뚫리면 의원 전체가 의장석 주변에서 쇠사슬로 몸을 묶는 '인간사슬' 농성을 벌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2004년 탄핵 당시처럼 '끌려나가는 나약한 모습'을 재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민주당은 젊은 의원 30명을 의장석 주위에 배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국회법상 의장석에서 법안을 처리하게 돼 있어 의장석 점거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 의원들은 시나리오별 작전을 짜놓고 몇차례 리허설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