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3월, 47석의 소수여당인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 의원들은 국회본회의장에서 의장석을 점거하고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안 저지에 나섰으나 본회의장에서 끌려나갔다. 탄핵 방송은 18시간 동안 전파를 탔고, 탄핵안 가결로 한나라당은 국민적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다음 달인 4월, '탄핵역풍'은 한나라당을 초토화시켰다. '역풍'으로 한나라당이 원내 1당 자리를 열우당에 빼앗긴 것. 반면, 열우당은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권까지 위협하면서 총선 과반 의석인 152석을 얻는 성공을 거뒀다. 

    5년 뒤, 82석의 민주당은 물리력으로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탄핵재연 절대 불가' 입장을 내세우는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국회 기습점거에도 불구하고 자당 의원들이 나서서 물리력을 행사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29일 논평에서 "민주당이 국회의장 제안마저 거부하고, 국회를 계속 불법 점거하겠다면 이는 노 전 대통령 탄핵 연출로 재미 좀 본 것을 못잊어 후속공연이라도 하겠다는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조 대변인은 "국회 경호권에 맞서 힘없는 끌려나오는 모습을 연출하겠다는 다 알려진 각본은 지난 탄핵 쇼로 이미 막을 내렸다"면서 "민주당의 거짓 콩트에 속을 국민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은 국회를  이성이 마비된 해방구로 만들어버리겠다는 발상을 중단해라"며 "국회마비란 폭거로 입법활동이란 국회 고유 기능을 마비시켜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조 대변인은 "국민은 하루빨리 국회가 정상화돼 혼란도 올해 안에 종결되기를 원한다"며 "국민은 내년에도 몸싸움 국회가 재연되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자발적으로 점거를 풀지 않는 이상 한나라당은 질서유지권을 사용해 민주당 의원들을 끌어내야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172석 거대여당인 한나라당이 82석 민주당 의원들을 물리력을 동원해 끄집어내는 '탄핵정국 재연'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은 이번만큼은 이런 상황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앞서 26일 "몸싸움을 할 순간이 오면 피하지 않겠다"고 결전태세를 갖췄지만 자칫 탄핵정국처럼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신중하게 행동하고 있다. 이를 의식했는지 이날 긴급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거기(본회의장) 들어가서 뒤엉켜서 몸싸움하고, 밀고당기는 그런 국회는 안했으면 한다"(홍준표 원내대표)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