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은 김형오 국회의장이 쟁점법안 연내처리를 거부하고 합의된 민생법안의 31일 본회의 우선 처리방침을 밝히자 "대단히 안이한 생각"이라고 불만을 쏟았다. 한나라당은 김 의장에게 심사기일 지정과 직권상정을 촉구하며 당초 오전 10시로 예정했던 의원총회를 김 의장 기자회견 후인 11시로 연기할 정도로 그의 결단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의원총회에서 "몇개 안되는 법안처리를 위해 31일 국회를 연다는 것은 의장이 현재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이라며 "김 의장 입장 발표에 상당히 실망스러운 것이 많다. 상황을 너무 나이브(순진)하게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오늘이 될지 내일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김 의장이 직권상정 결정을 내려주면 그날부터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마음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국회의장이 자신의 권한과 의무를 위해 직권상정을 필히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재차 김 의장의 직권상정을 요구했다. 홍 원내대표는 "야당은 12일 전부터 움직였지만 지금 우리가 움직일 공간이 없다"며 "의장이 국회법 절차에 따라 직권상정을 하는 즉시 움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모든 핵심 키는 의장에게 달려 있다"면서 "의장이 심사기일을 지정해주면 그 때부터 본회의장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구체적인 액션플랜에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김 의장이 '29일 자정까지 국회 본회의장 점거 해소를 위해 경호권을 발동할 수 있다'고 한 발언에는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홍 원내대표는 "의장이 오늘밤 12시까지 의사당 폭력사태를 해소하겠다는 것은 대환영한다"며 "국회가 12일째 폭력점거 상태가 계속되는 것은 옳지 않다. 질서유지권이 필요하다면 경호권을 발동해서 폭력사태를 막는 것은 의장의 본연의 책무고, 이것을 안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원내대표는 또 "어떤 일이 있어도 같은 국회의원들끼리 멱살잡고, 밀고당기고, 욕설하고 삿대질 하고 서로 끌어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4년 탄핵 당시, 의장석을 점거한 열린우리당(민주당의 전신) 의원들이 강제로 끌려나오는 모습이 전파를 탔고, 한달 뒤 열우당은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했다. 이같은 전례는 한나라당에 다시는 재연하고 싶지 않은 악몽이라고 할 수 있다. 홍 원내대표도 이를 경계했는지 "한나라당 의원들이 거기(본회의장) 들어가서 뒤엉켜서 몸싸움하고, 밀고당기는 그런 국회는 안했으면 한다"며 "의장 책임 하에 국회질서를 유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어떻게 해서라도 탄핵 때와 같은 장면을 연출하려는 것이 야당의 목적이기 때문에 31일날 합의된 민생법안을 처리하기도 수월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희태 대표는 "오늘 하루 모든 총력 대화 노력을 보이도록 하겠다"면서 "민주당이 이를 외면한다면 민주 정당이기를 그만둬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김 의장은 여야가 합의한 민생법안의 31일 본회의 처리와 민주당의 본회의장 점거 해소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