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9일 사설 '대법원 위의 4심 행세하는 민주화운동위'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민주화운동위)’가 최근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로맹)’의 핵심 간부 박기평(필명 박노해) 백태웅 씨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한 것은 법적 안정성과 국가 정체성을 해치는 결정이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수사 결과에 따르면 사로맹은 남한에서 사회주의 혁명 실현을 위해 노동자 무장봉기를 계획했던 단체다. 1992년 대법원은 “사로맹이 폭력혁명에 의한 사회주의 건설을 지향하는 노선과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어 반국가단체임이 인정된다”고 확정판결을 내렸다. 이들은 1987년 개정된 민주 헌법에 따라 구성된 대법원이 ‘폭력혁명을 통한 사회주의 건설’을 노린 반국가단체라고 규정한 집단의 핵심 간부들이다. 그럼에도 민주화운동위가 이들을 ‘민주화 인사’라고 훈장을 달아준 것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대법원의 최종 확정 형량은 박 씨가 무기징역이었고, 백 씨는 징역 15년이었다. 이런 사람들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한 것은 사로맹을 민주화 유공 단체라고 판단한 것이나 다름없다. 국무총리 산하의 위원회가 스스로 대법원보다 상위에 있는 4심()으로 행세한 셈이다. 재심을 해도 사법부가 해야 옳다. 독재정권 시대에 고문과 허위자백으로 날조된 ‘오송회’ 사건도 지난달 사법부의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민주화운동위는 2006년에도 간첩 전력이 있는 황인욱 씨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해 파문을 일으켰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법치주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이자 헌법의 알파요 오메가다.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사회주의 혁명을 완수하자는 단체의 주동자들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라고 한 것은 ‘민주화운동’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기도 하다.

    민주화운동위는 올해 예산으로 109억 원의 국민 세금을 썼고 내년 예산은 두 배 가까이 늘어나 203억 원이나 된다. 국민 세금을 쓰는 기구가 국가정체성과 헌법정신을 뒤흔드는 결정을 내리는 일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