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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물쇠로 채워진 국회 본회의장. 여야간 전쟁으로 국회는 무법천지가 됐지만 여권 한켠에선 내년 초 있을 청와대 개편과 개각에 시선이 쏠려 있다.
국무총리실을 비롯해서 교육과학기술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주요 부처 1급 간부들이 일괄사표를 제출하면서 당·정·청 진용이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당에선 일부 중진 의원들의 입각설이 돌고 있고 이에 따른 현 지도부 체제 변화가 불가피 해 일부 의원들은 벌써 당직 도전을 준비 중이다.
문제는 과연 이명박 대통령이 어떤 방향의 개각을 단행할지다. 개각 방향에 따라 의원들의 자리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 그래서 여권에선 개각 방향을 두고 설왕설래 하고 있다. 방향은 크게 둘로 나뉜다. 집권 2년차가 이명박 정부 성패를 가를 중요한 해라서 이 대통령 의중을 잘 아는 측근들이 대거 청와대와 내각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친정체제' 주장과, 여권 한 축인 박근혜 전 대표 진영과의 통합을 위한 '탕평인사' 요구가 바로 그것이다.
친박 진영은 개각 방향에 말을 아낀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와의 진정한 화해가 전제돼야 하고, 박 전 대표의 사인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란 게 친박 진영의 설명이다. 반면 친이 진영은 개각에 대해 상대적으로 적극적인데 발언을 하는 대부분 인사들이 '친정 체제' 구축에 무게를 둔다. 친정 체제 구축의 핵심이 될 이재오 전 최고위원 복귀에 대다수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반면 '탕평인사'의 핵인 박 전 대표와의 화해 문제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많다.
친이계의 한 중진 의원은 "친이라 해도 품성이 안되는데 기용하는 것도, 친박이라 해서 인위적으로 끼워 넣는 것도 안된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친이 친박 양 진영 사이에 아직 "응어리가 깊다"고 말해 친정 체제 구축에 힘을 싣는 뉘앙스를 보였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와의 화해 문제도 두 사람이 50%씩 책임을 떠 안아야 한다고 해 이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친박 진영 요구와는 배치되는 주장을 펼쳤다. 특히 이 전 최고위원 복귀는 "우리(친박계)에 대한 전쟁선포"라고 한 친박 진영 좌장 김무성 의원의 발언에 "아름다운 동행을 위한 자세가 아니다"며 불쾌감도 나타냈다.
아직 "응어리가 깊다"는 이 의원의 말처럼 양측의 화합이 당장은 힘들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에게 집권 2년차는 가장 중요한 해인데 인위적인 친박계 인사 기용은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탕평인사보다는 친정 체제를 구축할 시점이란 것이다. "친박이라 해서 인위적으로 끼워 넣는 것도 안된다"는 그의 원칙론 뒤에는 "사장과 호흡이 맞지 않는 임원은 쓸 수 없다"는 주장도 뒤따랐다. 그는 "이 대통령과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는 사람이 기용돼야 한다"고 했다. 개각에 대한 친이 진영의 의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구나 청와대 개편과 개각을 앞두고 이 대통령 핵심 측근 인사들의 복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친정체제' 구축에 더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