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를 표현하는 말 중 자주 거론되는 것으로 '나른하다'는 말이 있다. 172석의 거대여당을 거느리는 사령탑이지만 그에겐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이 따라다닌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박 대표의 '졸린 듯한' 눈 때문이다. 사진을 찍어도 그의 눈 때문에 늘 무기력해보인다는 평이다. 실제로 자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함께 있는 사진이 자주 눈에 띄는데 홍 원내대표는 '꾀돌이' '버럭 준표' '홍반장'이라는 별명답게 입을 쉴새없이 움직이는 표정이 포착되는 반면, 박 대표는 눈을 감고 있거나 피곤해보이는 표정이 자주 찍힌다. 포털사이트에 박 대표의 이름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박희태 눈'이라고 나올 정도다.

    게다가 박 대표에겐 원외대표라는 한계까지 더해져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당에서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본인은 '온건, 화합형 리더십'이라는 이름을 걸고 이러한 지적을 종종 반박해왔지만 정작 여론 호응을 얻어내지는 못했다는 평이 중론이다. 박 대표에게는 당 대표라기보다는 노회한 원로 이미지가 강하다는 약점이 있다. 또, 여당 간판이 되기에는 대중적 인지도도 너무 낮다는 평이다.

    약 2주 전에는 박 대표의 건강이상이 크게 보도된 바 있다. 당에서는 박 대표가 피로 누적과 감기몸살로 인해 오른쪽 눈이 심하게 충혈됐으며 시신경에도 이상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로 인해 박 대표는 1주일 가량 휴식했다. 지난 11일에는 자당 전여옥 의원이 고희가 넘은(71) 박 대표의 건강을 거론하며 "건강도 안좋지만 정신적으로도 여러가지 불만족해 (당 행사에) 안나온다는 소문이 장안에 있다. 이것은 굉장히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직격탄을 날린 적도 있다. 일개 의원에게 당 대표가 '원외대표의 지도력 한계와 고령으로 인한 건강 악화'라는 비판을 받은 것이다. 당시 박 대표는 "우리 당 의원이 몇명이냐. 누가 나보고 무슨 소리를 했고, 어떤 소리를 한 데 대해서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안 있겠느냐"며 확전을 피한 바 있다. 그러나 분명히 불쾌감이 드러나는 발언이다.

    이 때문에 박 대표에게는 거대여당의 대표로서 지도력 부재와 고령으로 인해 힘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는다는 점이 고민이다. 23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에서도 박 대표의 이런 고민은 드러났다. 사회자가 서두에서 고령인 박 대표의 건강을 염려하며 '최근에 눈 수술을 하셨다고 하는데 경과는 어떻습니까'라고 물으니, 박 대표는 극구 부인하며 평소보다 한 톤 높은 목소리를 냈다. 박 대표는 "아니다. 내가 무슨 눈 수술을 했느냐"며 "왜 그렇게 소문이 나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당황한 사회자가 "헛소문이라는 게 밝혀진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라고 달래기도 했다.

    박 대표에겐 이래선 안되겠다는 위기의식이 엿보인다. 한동안 정치권에서는 무존재 박 대표의 좌우명 '응립여수 호행사병'(鷹立如睡 虎行似病 매는 앉아서 조는 듯하고, 호랑이는 병든 듯 걸어간다)이 회자됐다. 실제로 박 대표는 자신의 좌우명에서 벗어나지 않게 행동해왔다. 민감한 현안엔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 대표의 지도력 부재와 여당의 지리멸렬이 맞물려 박 대표의 퇴진론, 무 존재감이 확산됨에 따라 본인도 불쾌감을 느꼈는지 최근 행보에서는 '전광석화' '돌파내각' 'KTX를 탄 듯한 속도감' 운운하며 변모하는 모습을 보이려 애쓰고 있다.

    청와대 주문에 맞게 행동하면서도 172석이라는 거대여당의 대표로 면모를 세우려는 박 대표의 노력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켜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