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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9일자 사설 '한·미 FTA는 어느 정권이 체결했는데 해머 들고 날뛰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이 18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단독으로 상정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 주변은 한마디로 무법천지였다. 한나라당은 박진 위원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국회 경위들로 회의실을 지키게 하고 이어 한나라당 의원들은 오전 6시30분부터 미리 회의실에 들어가 안에서 출입을 막았다. 이에 민주당 의원과 당직자들은 해머와 정을 동원해 문을 부수고 회의장에 들어가려 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소파와 의자로 바리케이드를 쌓았다. FTA 비준안은 7시간 넘는 이런 소동 끝에 한나라당 의원 11명만 참석한 가운데 상정됐다. FTA 비준안을 상임위에 안건으로 올리는 데에만 이런 난장판이 벌어졌으니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뻔하다.
민주당은 한·미 FTA를 추진하고 타결한 주체 세력이다. 한·미 FTA 체결의 주체 세력이 FTA 비준안 상정을 저지하겠다고 해머로 회의실 문짝까지 부수는 이런 '폭력 코미디'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얼마 전 자신이 한·미 FTA를 체결했던 대통령이란 사실을 잊은 듯 한·미 FTA는 재협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자신의 웹사이트에 게재했었다. 민주당이 미국 오바마 정부가 출범하기 앞서 FTA를 우리가 먼저 처리하는 게 외교적으로 이롭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은 노무현식(式) 사고(思考)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리고 이 시기에 한·미 FTA를 비준하는 것이 이로운지 해로운지는 따져볼 여지가 많고 그걸 따지려면 일단 안건은 상정해야 한다. 한·미 FTA를 체결한 세력이 한·미 FTA 국회 상정을 막겠다고 공사판의 해머를 들고 날뛴 것은 보통 모순이 아니다.단독 상정을 강행한 한나라당측 논리도 설득력이 있는 게 못 된다. 한나라당은 우리가 먼저 FTA를 처리해야 오바마측이 재협상 이야기를 꺼낼 빌미를 주지 않고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정말 그런가. 오바마 당선자가 지난 5월 부시 대통령에게 "한·미 FTA 비준안을 의회에 내지 말라"고 요구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자동차산업에 피해를 준다는 것이었다. 미국 자동차업계 상황은 그때보다 더 악화돼 이제 정부 지원 없이는 한 달도 생존할 수 없는 지경에 빠졌다. 오바마 정권이 자동차 재협상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더 커진 셈이다. 이 상황에서도 한나라당 주장은 여전히 믿을 만한 것인가.
상황이 이러하다면 정부·여당은 우리가 먼저 비준할 경우 재협상 요구는 확실히 사라지는 것인지, 미국 정부와 의회의 FTA 처리 방침과 구상은 어떤지에 대해 구체적인 전망부터 내놓아야 한다. 그런 과정도 생략한 채 해머까지 난무하는 험악한 몸싸움 끝에 FTA 비준안을 처리했다가 미국이 재협상을 들고 나오거나 미국이 비준을 마냥 미룬다면 한·미관계는 크게 뒤틀릴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논리는 신빙성이 부족하고 민주당의 행동은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