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가 아수라장이다. 18일 국회 본청 4층.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은 한미FTA (자유무역협정)비준동의안이 상정된 후, 여야간 극심한 대치가 벌어졌다. 한나라당은 이날 비준동의안을 상정하겠다고 공언했고, 민주당은 상정을 실력저지하겠다고 맞선 것이다.

    앞서 이날 오전 민주당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외통위 회의장 점거사실을 알고, 예정된 의원총회도 생략한 채 오전 8시 15분 경 원혜영 원내대표, 문학진 외통위 간사, 송영길 최고위원 등 의원 30여명과 민노당 의원, 당직자들을 포함한 200여명이 4층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박진 외통위원장의 전날 '질서유지권' 발동으로 민주당 의원들은 회의장 입장을 저지당했고 여야 의원 및 당직자가 막말을 주고 받으며 몸싸움을 벌였다. 민주당은 "질서유지권은 회의 시작된 후, 발동되는 것이므로 회의 시작 전 막는 행위는 국회법 위반"이라고 거칠게 항의했다.

    몸싸움과 고성은 오후에도 이어졌다. 진입을 저지당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해머를 들고 외통위 회의실 문을 부수고 들어가려 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안에서 문을 잠갔다. 민주당 당직자들은 "전기톱으로 바리케이트를 쪼개고 들어간다"며 "불법 점거라 부득이하게 전기톱을 사용한다. 불상사를 조심해라"고 경고했다.

    간신히 문을 뜯어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이 문 안에 책상과 의자, 사무집기들로 이중벽을 친 상태라 민주당 의원들은 회의장 안으로 진입할 수가 없었다. 이에 민주당 당직자들은 해머와 끌로 이중벽을 뜯어냈다. 그러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안에서 소화기를 뿌렸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회의장 기습점거를 막기 위해 전날 의원과 보좌진 30여명을 배치했고, 이날 오전 의원 6명이 추가로 회의장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소화기가 뿌려지자, 밖에서 문을 뜯던 민주·민노당 당직자들과 사진기자, 취재기자들이 매캐한 분말가루를 뒤집어 썼으며 민주당은 이에 질세라 호스를 연결해 물을 뿌려댔다. 순식간에 국회 4층 외통위실이 뿌연 연기로 가득 찼고, 바닥은 물로 범벅이 됐다. 회의장 밖에서는 한 당직자가 "깽판 이만큼 쳤으면 됐다"고 소리를 질렀고, "조용히 해 이XX야. 너나 잘해라. 날치기로 뭘 하겠다는 거냐"며 욕설과 고성이 계속 오고 갔다. 회의장 밖에는 200명에 이르는 여야 의원과 당직자들이 계속 대치했다.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오늘 외통위 앞에 민주당 당직자로 보이는 복면 쓴 괴한이 해머를 들고 공무 집행을 방해하면서 정상적인 국회 운영을 못하도록 방해했다"며 "공무집행 방해, 기물훼손은 민주주의, 국회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