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의 '워딩'은 솔직하고 거침이 없다. 때문에 본의와 달리 오해를 부르는 일이 종종 발생하며, 오래 기억되는 발언도 많다. 측근들은 이 대통령과 김 여사의 가장 큰 닮은 점으로 "긍정적인 성품"을 꼽으면서 "농담을 즐기는 대통령 내외"라고 설명한다. 당선 이후 1년간 이 대통령과 김 여사의 보여준 '입 대결'(?)도 만만찮았다.

    지난 1월 당선자 시절 이 대통령의 '전봇대' 발언은 취약한 기업환경을 단번에 해결한 '비즈니스 프렌들리' 전형으로 꼽혔다. 이 대통령은 "선거때 대불공단에 가봤는데 공단옆 교량에서 대형트럭이 커브를 트는데 폴(전봇대)이 서있어 잘안된다. 그 폴을 옮기는 것도 몇달이 지나도록 안됐다. 아마 지금도 안됐을 것"이라고 지적했고 문제의 전봇대는 사흘만에 뽑혔다.

    "대통령 잘되라며 기도한다는데 나도 눈물이…"

    "그 참 한심한 사람들…". 이 대통령은 3월말 경기도 일산에서 발생한 초등학교 납치미수 사건에 경찰의 부실 수사가 드러나자 경찰서에 직접 달려가 "이러면 어린 자녀를 가진 국민들이 어떻게 하나. 이제와서 분주하게 하는데 아무튼 범인을 빨리 잡아라"고 호통쳤다. 이 대통령은 분이 풀리지 않았던지 청와대로 돌아오면서도 연신 혀를 찼다고 한다.

    '얼리 버드(Early Bird)'를 천명, 숨가쁘게 달려온 이 대통령은 여름 휴가를 앞두고 청와대 기자실을 찾았다. 사흘간의 휴가가 너무 짧지 않느냐는 지적에 이 대통령은 "한국 노동자 평균 근로시간이 기니까 대통령 휴가도 짧아야지. 평균에 맞춰야지"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의 권유로 '떠밀리듯' 휴가를 다녀왔다.

    "그 사람을 위해 내가 기도해야 하는데 그 사람이 기도하니…"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새벽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방문, 세계적 경제위기에 시름하는 민생현장을 둘러봤다. 좌판장사를 하는 박부자 할머니가 이 대통령을 붙잡고 한참 눈물을 흘려 이 대통령도 눈시울을 붉혔다. 이 대통령은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났다"면서 "대통령이 잘되길 바라며 기도한다는 데 나도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김 여사 특유의 재담은 '김윤옥 어록'까지 생길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김 여사의 인기가 대통령보다 더 높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한 참모는 "김 여사의 쾌활하고 재미있는 성품이 자연스럽지만 때로 지나치게 조명받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며 "행보에 조심스러운 편"이라고 말했다.

    '김윤옥 어록' 생길 정도…교육·복지분야 챙기며 '퍼스트레이디' 행보

    지난 2월 가회동 자택에서 청와대로 옮긴 직후 김 여사는 "청와대로 주소지를 바꿀 수 없나요, 저 김윤옥 인데요"라며 직접 잡지사에 전화를 걸어 구독하던 잡지 배송지를 옮기고, 케이블 TV채널 이전도 '손수' 해결하는 등 파격 행보를 선보이기도 했다.

    "상품 가치는 이 대통령께서 더 있죠" 지난 7월 여성기업인들과 간담회 도중 한 참석자가 "김 여사 인기가 이 대통령보다 더 좋아, 투표하면 김 여사 표가 더 나올 것"이라는 '덕담'에 이같이 맞받았다. 김 여사는 "아직 이 대통령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해 그런 것"이라고 신뢰를 과시한 뒤 "이 대통령이 오면 딴소리할 것 아니냐"며 재치있게 마무리했다.

    이 대통령에 대한 김 여사의 응원은 이처럼 유별나지 않으면서도 애틋하게 들린다. 김 여사는 대선 당시 "남편의 한자 이름을 풀이하면 '세상을 넓고 밝게 비춘다'란 뜻으로 틀림없이 이름값을 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대통령 팬클럽 앞에서는 "잘생기지못한 이명박씨를 사랑해줘서 고마와요"라며 애교섞인 농담을 던진 적도 있다. 

    추석을 앞둔 지난 11월 육군 전방사단을 방문, '일일엄마'가 된 김 여사는 현모양처 구하는 법을 묻는 한 사병에게 "대통령 같이 눈이 작아야한다. 눈 크고 멀리 보는 사람 구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해 폭소를 끌어냈다. 피부가 40대 같다는 사병들의 '아부'에는 "화장해서 그렇지, 여러분 어머니와 똑같아요"라고 응수했다.

    청와대표 부창부수(夫唱婦隨) "경제살리기 횃불들자"

    김 여사는 이 대통령의 약속에 따라 서울시장 때와 마찬가지로 급여를 나눠 각 분야에 기부하고 있다. 금년에는 주로 복지분야에 치중했지만 새해부터는 김 여사의 주요 관심사인 교육과 보육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조손가정, 독거노인, 새터민 등으로 지원분야를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어려움은 입덧 기간으로 봐주세요" (김윤옥 여사, 9월 5일 청와대 출입 여기자 오찬간담회)
    "오랜 산고 끝에 옥동자 낳겠죠" (이명박 대통령, 같은 날 국회의장단 만찬)
    "입덧 끝나고 새 생명이 태어나면 잘 키워야하는 문제에 직면하죠. 자식 농사가 어려워도 정성으로 보살피면 바르게 성장하잖아요"(김윤옥 여사, 9월 17일 지방자치단체장 부인 초청 간담회)

    마치 한 자리에서 주고 받는 대화처럼 보인다. 이 대통령 내외는 촛불파동 등 집권 초 겪었던 고충을 시차를 두고 '입덧'과 '산고'에 표현했다. '청와대 부창부수(夫唱婦隨)'라는 말이 나왔다.

    지난 7월 이 대통령 내외는 나란히 경제계 행사에 참석해 "경제살리기 횃불을 들자"고 입모았다. 이 대통령은 지역투자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해 "이제는 경제로, 경제살리기를 위한 횃불을 높이 들 때"라고 역설했으며, 김 여사는 여성경제인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서민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조금만 더 힘내고 우리 모두 경제를 살리는 횃불을 높이 들자"고 소리 높였다.

    취임일인 2월 25일 오전 이 대통령 내외는 대선 내내 살던 가회동 자택을 떠나며 이웃 주민들에게 "일 많이 하고 올게요"라고 인사했다. "5년 후에 꼭 성공해서 올게요"라는 다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