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부분이 제일 답답하다. 정말 답답하다"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당 지지율을 묻는 질문에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한 말이다. 1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 대표는 "계속 제자리인 당 지지율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란 질문을 받자 "답답하다"는 말로 시작했다.

    정 대표의 당초 계획은 연말까지 당 지지율을 안정적 20%대에 올려놓는 것이었다. 2010년에 있을 지방선거 전까진 당이 출마할 후보들을 뒷받침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 대표가 세운 계획이었는데 연말 안정적 20%대 지지율 진입은 현재로선 어려운 상황이다.

    발표되는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조사기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10%대 중반에 머물고 있다. 정 대표가 당을 맡은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지지율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그 부분이 제일 답답하다"는 정 대표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뚜렷한 복안이 없다. 그래도 정 대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유는 이렇다. 정 대표는 "화산도 약한 부분에 다달았을 때 비로소 분출되듯, 정당 지지도도 선거를 치른다든지 하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 층만 점차 증가하고 있어 지금으로선 여론의 이목을 집중시킬 소재를 찾기가 힘든 상황이란 것이다.

    정 대표는 "대표가 된 이후 당의 모습을 제대로 갖춰놓는 등 지지도가 올라갈 기반은 마련해놓은 상태"라고 자신했다. 또 "한나라당 이탈 세력도 많아졌고, 무당층이 많아졌는데 계기가 오면 이들이 민주당을 지지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여론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는 선거철이 오면 정당 지지율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타급 정치인 부재는 정체된 민주당 지지율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 정 대표는 "2010년(지방선거)을 겨냥해 서울 경기 인천 세 곳에 집중해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대선을 위해서는 뚜렷한 대선 주자 한 사람을 세워놓기보다는 '후보군'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후보군이 형성되도록 당에서 자리도 펴주고 운동장도 만들어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손학규 전 대표의 재보궐 선거 출마 가능성은 "아직 선거가 어디에서 있을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이들의 출마 얘기를 언급하기는 이르다"고 답했다. 그는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 또 우리 당의 일부 의원들이 의원직을 잃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과 손 전 대표에 대해선 "그 분들은 당의 소중한 인적 자산이고 그 자산을 어떻게 쓸 것인지는 본인들 생각도 중요하겠고 당 입장도 중요하다"고 했다.

    자신에 대한 비판세력인 '민주연대'에 대해서는 불만을 여과없이 쏟았다. 그는 "당의 1차적 목표는 한나라당과 잘 싸우는 것인데 엉뚱하게 내전을 하느라 한나라당과 잘 싸우지 못하면 아주 바보스러운 일"이라며 "내 정책 코드는 민주연대에 더 가깝지만 그들의 문제제기 방식에는 불만이 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연대의 비판에 "할 말이 있으면 당의 의사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적극 참여해 의견개진을 해야지, 그럴 때는 자리에 없다가 나중에 비판만 하면 어떻하느냐"고 반박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의 비리 연루에 대해선 "참으로 민망하다"고 했고 노 전 대통령의 복당 문제를 묻자 "대통령에 또 나올 것도 아니고, 당권을 장악할 것도 아닌데 당적은 별 의미가 없다. 노 전 대통령이 언급한 복당 문제도 그냥 지나가면서 한 마디 한 것이지 설왕설래할 일은 아니다"고 답했다.

    연말 혹은 연초 개각설이 나오고 있는 데 정 대표는 "어떤 정권이라도 내각에서 적어도 1~2명 정도는 '일을 참 잘한다'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이명박 정권 1기 내각에는 그런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안보인다"고 평했다. 이유는 "이 대통령이 아주 작은 인재풀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고 "차기 개각에서는 내편, 네편 가리지 말고 위기관리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져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로 대폭적인 인적쇄신을 해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