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4일 새벽 어둠 속 겨울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찾았다. 이 대통령은 "서민들 잘 살게 해 주세요. 진짜 장사 안 돼요. 그리고 시장이 너무 깨끗하면 안된다"는 상인들의 하소연에 "공무원들이 편하게 하지 말고 상인들이 편하게 해야 한다. 서울시장에게 말해 줄게요"라며 다독였다.

    이 대통령의 이날 시장 방문은 세계적 경제위기가 국내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지면서 고통받고 있는 민생 현장을 직접 찾아 위로하고 단합된 극복의지를 표현하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연말 행보를 위기극복, 포용적 통합, 민생 현장 등 '3각 행보'로 설명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시장을 돌아보던 중 좌판에서 무 시레기를 파는 박부자 할머니의 울음에 발걸음을 한참동안 떼지 못했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이 대통령 팔에 매달린 박 할머니에게 이 대통령은 "하루 수입이 얼마 되느냐"고 물은 뒤 "내가 선물을 하나 주겠다. 내가 20년 쓰던 건데 아까워도 줘야겠다"면서 목도리를 직접 매 줬다. 이 대통령은 "하다하다 어려워지면 언제든 나한테 연락을 달라. 대통령에게 연락하는 방법을 알려줄 테니까"라고 말했다. 노점상을 하던 어머니에 대한 이 대통령의 애틋한 마음은 잘 알려져있다.

    시레기 4묶음을 산 이 대통령은 돈을 받지 않겠다는 할머니와 승강이를 벌였다. 이 대통령은 식당으로 이동하며 "(할머니가) 하도 울어서 마음이 아프다. 상인들이 장사하는데 반가워해서 감사하다"며 "정치인들이 오면 (실제 도움이 안돼) 욕하는 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박 할머니가 대통령에게 잘되길 바라며 기도한다는데 눈물이 난다"면서 "그 사람을 위해 내가 기도해야 하는데 그 사람이 기도한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야외 난로 옆에서 농민들과 함께 추위를 피하며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희망이 메시지를 전하는 데 주력했다. 이 대통령은 "작년에 비료값 오르고 기름값 오르고 최악의 상태였다"면서 "옛날에는 우리만 어려우니까 물건 내다 팔 수 있는데 지금은 세계가 다 어려우니까 물건 내보낼 때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너무 어려워서 내년 한해를 어떻게 견디느냐, 내수를 좀 진작해서…"라면서 "내년에는 기름값도 떨어지고 하니까 그런 점은 유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산청에서 딸기 농사를 짓는다는 한 농민이 "가락시장에 냉동보관 시설이 있어야 한다. 딸기가 좋더라도 바닥에 놓고 팔 때 망가진다"고 지적하자 이 대통령은 "싱싱한 것을 가지고 와서 여기서 버리면 안된다"면서 "(가락시장을) 재건축하게 되면 그렇게 하라"고 그 자리에서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또 "농림수산부를 농수산식품부로 바꾼 것은 농민들이 생산해서 식품을 만들고 2차 산업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농업은 부가가치가 많다. 도시에만 뉴타운을 하는데 도시 청년들이 시골가서 살아야겠다는 곳에는 주택도 모아 개발도 해주고, 기숙사형 공립학교를 만드는 등 농촌에 대한 전반적인 종합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말했다.

    농기계 임대사업을 설명하며 이 대통령은 '정치적인' 농협을 강도높게 질타했다. '친노게이트'에서 드러난 농협의 행태를 비판하면서 이 대통령은 "농협 간부라는 사람들이 정치한다고 왔다갔다 하면서 이권에 개입하고…"라며 "농민들은 다 죽어 가는데 말이야"라며 개탄했다. 이 대통령은 "농협이 금융을 해 번 돈도 농민에게 돌려주려면 장비 임대값을 자기가 갖고 있을 때보다 훨씬 싸게 쓸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럼 (농민이) 걱정할 게 없지 않나. 빚도 안진다. 농민에게 빌려주고 (농협은) 조금 손해봐도 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농협이 정치를 하니까 안된다"며 "역대 농협 회장들 전부 그냥 엉뚱한 짓을 해 사고치고 그래선 안된다. 농민에게 전력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