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연말 회동'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한 언론 보도가 있었다. 현 위기정국 돌파를 위해선 당내 통합이 시급하므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만나 양 진영간 갈등을 봉합하는 게 필요하다는 참모진의 아이디어다.

    이 보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런 건의를 받고 고민 중이라고 한다. 언론보도를 접한 박 전 대표 측도 말을 아꼈다. 공식·비공식적으로 회동 제안이 온 것도 아니라서 입장을 밝혀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괜한 오해를 살 발언을 할 경우 양 진영간 갈등만 더 부추기고 친이 진영에 공격의 빌미만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발언을 아끼기는 친이 진영도 마찬가지. 회동이 확정된 것도 아닌데 일단 지켜보자는 게 언론보도를 접한 친이 진영 한 핵심 의원의 주장이다. 친이 진영 역시 친박 진영과 마찬가지로 불필요한 발언으로 상대 진영에 공격 빌미를 제공할 필요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읽힌다.

    양 진영 모두 '이명박-박근혜 연말 회동' 아이디어에 즉답은 피했지만 '못 만날 이유는 없다'는 공통된 목소리를 냈다. 친이 진영의 한 핵심 의원은 "만나면 만나는 거지 못 만날 이유가 있느냐"고 했고, 친박 진영 핵심 의원도 "못 만날 사람 만나는 것도 아니고…"라며 '만날 수 있다'는 같은 뉘앙스의 답변을 했다.

    '만나야 할 일이 있다면 만날 수 있다'는 공통된 주장과 달리 양 진영 모두 상대 진영에 대한 불만은 컸다. 친이 진영의 핵심 의원은 "대통령이 부르면 당 대표도 가는 것이고, 원내대표도 가는 것이고 나도 대통령이 부르면 간다"면서 "(대통령이) 부르면 가면 되는 것 아니냐. 그걸 제안하고 고민하고 할 게 뭐 있느냐"고 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두 사람이 동등한 위치에 있는 게 아니니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필요해서 부를 경우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친박 진영의 한 핵심 의원은 친이 진영에서 주장하는 '박근혜 역할론'을 언급하며 "박 전 대표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자신들이 먼저 '한계론'을 솔직히 시인해야지…"라며 "(청와대에서 회동제안을) 했는지 안했는지 모르지만 김정일 만나는 것도 아니고 만나기로 했으면 발표하면 되는 것이지 특정언론에 흘리느냐"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 스스로 박 전 대표를 국정동반자라고 했으니 만남의 형식과 제안부터 격에 맞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회동에 선뜻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는 데는 상대진영을 보는 인식의 차이가 이 만큼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1일 라디오에 출연해 친이 친박 양 진영을 향해 "아직도 양쪽 진영에서 경선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게 부끄럽다. 친이 진영도 옹졸히 대처해서는 안되고, 친박 진영도 응석 부리고 앙탈 부려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여권이 처한 현 상황에 대한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