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이 줄줄 새고 있다. 미국과 남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 가진 지난달 2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청와대 참모진을 질타한 내용이 흘러 나온 데 이어 28일 확대비서관 회의에서 나온 이 대통령의 발언까지 공개됐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 강 정비사업에 대해 "무슨 일을 할 때 비판이 있더라도 그것이 나라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추진해야한다"며 "4대 강 정비사업이면 어떻고 운하면 어떠냐. 그런 것(정치적 비판)에 휘둘리지 말고 예산이 잡혀 있다면 빨리 일을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고 한 언론이 1일 보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차질없는 정책 추진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공직사회 기강확립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했지만, 이 대통령의 의도와 관계없이 이같은 발언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대운하 공방'은 다시 벌어질 게 불보듯 뻔하다.

    또 지난달 2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나온 이 대통령의 역사 교과서 바로잡기와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 내용도 한 언론 매체 보도에 의해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수정을 거부하는 출판사 입장은 뭔가. 출판사 쪽에서 '정부의 검인정 취소' 얘기가 나오는데 이럴 경우 정부가 모든 부담을 짊어지는 것 아니냐. 연구는 해봤느냐"고 묻는 등 담당 수석인 정진곤 교육과학문화수석에게 질문공세를 퍼부었다는 것. 정 수석이 "특정 출판사는 '교과서를 모두 수정할 경우 전교조가 교과서 불매운동을 나설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도대체 정부가 어떻게 대처하기에 전교조만 두렵고 정부나 다른 단체들은 두렵지 않다는 것이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운하 추진 논란, 역사 교과서 바로잡기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이 대통령의 발언이 비공식 루트로 알려지자 청와대도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1일 정정길 대통령실장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대통령 발언 유출'을 놓고 강한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의 '워딩'이 대변인 브리핑이 아닌 경로에 의해 유출되는 배경은 곧 다가올 청와대 조직 개편과 맞물려있다는 분석이다. 내년초 대규모 인적쇄신이 이뤄질 것에 대비해 참모진이 '자기 장사'에 골몰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한 참모는 "최근 경향을 보면 이 대통령의 발언이 '경쟁적'으로 유출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누가 외부에 흘렸는지 찾아내는게 능사가 아니다"며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돼온 청와대 조직개편 문제가 시간을 끌수록 상황이 안좋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