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연말 회동'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중앙일보가 29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참석한 몇 차례의 공식·비공식 회의석상에서 일부 참모들이 이 대통령에게 박 전 대표와의 연말 회동을 강하게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경제위기 속에서 여야가 따로 없는 초당적 협조를 요청하고 있고, 야당 대표들과의 회동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 내부의 단합을 위해서 박 전 대표를 만나야 한다는 것이 참모들의 의견"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 정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은 이 대통령이 고민 중인 단계"라며 "청와대에서 박 전 대표 측에 이미 회동을 제안했거나, 양측 간에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 위기정국 돌파를 위해선 당내 통합이 시급한 상황인데 '박근혜 역할론'을 놓고 한나라당 내 친이명박, 친박근혜 양 진영간 갈등이 다시 격화되고 있어 나온 참모들의 '아이디어'로 분석된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이-박 회동'에 의견이 엇갈린다. 찬성론자들은 헝클어진 당 분위기를 추스리려면 박 전 대표와의 만남이 필수적이란 주장을 논리를 펴고 있고 반대론자들은 지금껏 두 사람의 회동이 득보다는 실이 더 컸기 때문에 이번 만남 역시 '화합'이란 본래의 취지보다는 갈등만 더 키울 소지가 크다는 주장을 한다. 회동성사 여부를 떠나 청와대가 박 전 대표와의 회동을 고려할 만큼 현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박 전 대표 측은 신중한 입장이다.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제안을 받지 않은 게 없으니 당장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의 '이-박 회동' 추진설을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회동에 대한 입장을 묻자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설명했다. 한 측근은 "두 분이 만나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냐"고 해 제안이 올 경우 만날 수 있다는 뉘앙스였다. 그러면서도 발언은 극도로 아끼는 모습이다. 

    이날 통화가 된 박 전 대표 측 의원들 모두 "현재로서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친이-친박 진영간 갈등이 재점화 되는 시점에서 결정되지도 않은 상황에 입장을 밝히면 불필요한 오해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측근 의원은 "계속 언론을 통해 이렇게 얘기되는 부분이 오해의 소지만 만들 수 있어 입장을 얘기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다른 측근 의원도 '이-박 회동'추진에 대한 박 전 대표 측 입장이 기사화 되는 것조차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