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공자의 '견위수명(見危授命)'을 언급, "국가가 위기를 만나면 목숨을 건다는 옛말이 있지 않느냐"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자세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와 조찬회동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일시적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목숨을 던질 그런 자세로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하면서 튼튼한 기초부터 다져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어떤 정책이 인기가 있는지, 없는지 다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국가 미래를 위해서는 비록 인기가 없고 비판을 받더라도 해야지 그래야 다음 정권이 이를 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들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어려울 때일수록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개혁을 해야 한다, 할 일을 해야한다는 의미"라며 "이전에도 '욕 먹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풀이했다.

    이 대통령은 "정치인들도 정치적 소신이나 철학이 있으니 객관적으로 판단해서 옳다고 판단하면 밀고 나가야지 좌측우측 눈치 보다가 한발짝도 못나가면 그 정책이 어떻게 되겠느냐"며 중단없는 개혁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과 민생·개혁입법 처리를 당부했다. "10년전 외환위기 때 노동법과 금융개혁법을 제대로 처리 못해 해외투자자들의 불신을 사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이번에 여러 나라가 우리를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규제개혁법안이 꼭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회기 내에 예산안이 처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예산안 처리가 끝나면 임시국회를 열어 민생·개혁입법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IMF 외환위기 당시 한나라당이 예산안 처리에 흔쾌히 협조한 전례가 있으니 야당도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허태열 최고위원이 '재정의 조기 집행' 필요성을 지적하자 이 대통령은 "확실히 그렇게 되도록 하겠다"면서 "국회에서 예산안만 통과시켜 주면 빨리 집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정부의 효율적인 재정 집행을 강조했으며 이 대통령도 "실효성 있는 집행이 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북의 남북관계 차단 압박과 관련해 참석자들은 "이럴 때일수록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원칙과 일관성갖고 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변인은 "구체적 논의가 오간 건 아니지만 그런 정도의 완곡한 얘기가 있었고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다.

    박 대표 등 참석자들은 청와대 회동을 마친 뒤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상임위원장단 연석회의에서 이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이 대통령의 각오가 대단했다는 것을 느꼈고, 최고위원들도 많은 건의를 했다"고 전했다.

    전날 3부 요인 및 헌법기관장 만찬에 이어 여당 최고위원회 조찬회동을 마친 이 대통령은 28일에는 국회 여야 상임위원장단 오찬간담회를 갖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협력을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가 일자리 만들기, 서민을 위한 경제 살리기, 민생 챙기기와 관련된 법안을 제출했으니 통과에 여야가 협조해 달라고 당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