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한나라당 내에선 이명박 대통령에게 '탕평인사' 요구를 하는 사람이 많다. 통합의 리더십만이 현 위기정국을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고, 이를 위해선 이 대통령이 먼저 손내밀어야 한다는 것이다. 방법론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를 통해서다.

    가장 많은 요구는 바로 대선 후보 경선에서 라이벌이었던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회복. 172명의 여당 의원 중 100여명 가량이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란 게 한 중진 의원의 실토였다. 이는 당이 여전히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두 수장 아래서 따로 돌기 때문이란 게 이 중진 의원의 설명이다. 두 사람이 관계 회복을 해야만 거대여당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인데 일단 이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 권력을 쥔 쪽에서 줄 수 있는게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과 함께 지난해 당 대선후보 경선을 뛴 홍준표 원내대표는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홍 원내대표는 26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경선 시절부터 공천 과정을 거치며 쌓인 깊은 불신으로 인해 이 대통령이 과연 박 전 대표를 중용하겠느냐"는 질문에 부정적으로 답했다. 이유는 우선 촛불정국 당시 위기를 꺼내 설명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지난 촛불시위를 겪을 때 (박 전 대표가) 도와준 적이 있느냐. 한마디도 안 했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또 "지난달 재보선 때도 아무 역할도 안했다. 오히려 수도권 규제 완화를 놓고 중앙과 지방 간 갈등이 일었을 때 정부를 비난하고 나선 것은 국가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아니냐"고도 했다.

    홍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는 누가 봐도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인물이다. (박 전 대표를)아끼기 때문에 한마디 하면…"이라고 전제한 뒤 이같이 말했다. 전날에도 언론 인터뷰에서 "정권이 어려울 때는 정부를 도와주는 게 맞다"고 주장한 홍 원내대표는 이날도 박 전 대표가 현 정부를 적극 도와야 한다고 거듭 역설했다. 그는 "대통령 단임제에선 정권 재창출보다 임기 중 업적 남기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MB는 실용주의자다. 위기 극복에는 능하지만 정치력이 약한 MB에게 시스템만 잘 짜주면 (경제위기 극복 등 난관을) 잘 헤쳐나갈 것이다. 그래서 박 전 대표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지금과 같은 식으로라면 박 전 대표는 MB와 점점 멀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인적쇄신'의 필요성을 언급한 홍 원내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현 내각에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MB 혼자만 뛰고 장관들은 폼만 잡고 일을 제대로 안하고 있다"면서 "난국을 돌파하려면 일하는 내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정감사를 하면서 국회 상임위원회를 돌아보니 장관 세 명 빼고는 불안하기 짝이 없더라. MB는 주눅이 이것을 주눅이 들어 그렇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의원들 앞에서 주눅이 든다면 장관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