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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 '나를 버리는 것'. 나를 버릴 때 원칙과 가치를 지킬 수 있고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도 얻을 수 있다"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발언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우회적 비판으로 해석되면서 정가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박 전 대표는 21일 부산 부경대에서 명예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이렇게 인사했다. 이 자리에서 축사를 한 친박계의 좌장 김무성 의원은 "박 전 대표의 깨끗한 경선 승복이 아름다운 동행으로 이어지지 못해 아쉽다"고 말하며 이런 해석에 불을 지폈는데 2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 비판을 좀더 구체화 시켰다.
김 의원은 고공행진을 하던 이 대통령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고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를 박 전 대표와의 화합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서라고 진단했다. 그는 '아름다운 동행론'을 폈다. 김 의원은 "지금같이 어려운 시점에서 아름다운 동행은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와 손을 잡아야 현 위기정국을 돌파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은 경제살리기를 위해 이 대통령을 택했지만 '박 전 대표와 함께 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그러나 경선에서의 앙금이 해결되지 못하고 승자는 마음을 열지 못했다. 이로 인해 정부와 당의 지지율도 떨어졌다" 그는 "마음 같아서는 전국을 돌며 '현 정부를 도와 달라'고 호소하고 싶은데 그럴 경우 아주 이상한 사람 취급당하는 게 현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의원들이 겉돌면 그만큼 국민이 손해다. 그래서 당내 통합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양측이 손잡기 위한 전제조건'을 묻자 김 의원은 "신뢰 회복을 위한 기본적 조치들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곧바로 김 의원 입에서 나온 발언은 이렇다.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에 탈락해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한 뒤 복당한 김 의원인데 그는 "지난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 19명이 재입당한 뒤 대통령은 커녕 지도부와 식사 한 끼 하지 못했다. 입당 직후 열린 의총에선 19명을 죽 세워두고 인사만 시켰을 뿐 발언권 한 번 주지 않더라. 지도부의 환영사도 없었다. 어떤 자리를 주기보다는 국정에 동참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배려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에 대한 박 전 대표 진영의 이런 불만 만큼 이 대통령 측에서도 박 전 대표에게 갖는 불만이 적지 않다.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의 화해 의사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게 이 대통령 측 인사들의 비판인데 김 의원은 이에 대해서도 "그쪽에서 어느 누구도 진정성을 갖고 박 전 대표에게 손을 내민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정말 어렵다고, 도와 달라고 진심으로 얘기하는데 뿌리칠 박근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박 전 대표의 잠행이 너무 길어진다는 비판도 있다'는 물음에 "세상 이치는 때가 있다. 박 전 대표로서는 지금이 현실 정치에서 한 걸음 뒤에 서는 '안식의 시간'이다. 쉬기도 하고 과거도 돌아보고 반성도 하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가 한마디 뱉으면 앞뒤 자르고 언론이 대서특필하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택한 행보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