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2일자 사설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동반 타락시킨 김민석 씨"입니다. 네티즌 여러분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민주당은 어제 불법 정치자금 수령 혐의를 받고 있는 김민석 최고위원이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구속영장 집행을 세 차례나 거부하며 20여 일간 농성으로 버텨오다 어떤 명분으로도 더 버틸 수 없는 상황임을 자인한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은 “김 최고위원이 야당 탄압과 표적 수사에 충분히 저항했으므로 앞으로는 법정에서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지만 공허한 변명일 뿐이다.

    김 씨가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을 거부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386 운동권 출신인 그는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38세 때인 2002년 여당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차세대 지도자 후보로 주목받았다. 그런 그가 수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워해야 할 텐데, 법치주의를 부정하고 사법부의 권위를 무시했다.

    김 씨는 자신이 소속된 민주당에도 큰 상처를 안겼다. 그를 감싼 민주당은 ‘범법 혐의자 비호정당’으로 이미지가 더 실추되고 말았다. 김 씨가 처음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응해 할 말은 하되 법집행 절차에 당당히 응했더라면 자신도 덜 추하고, 당에 대한 국민 신뢰도 덜 추락시켰을 것이다.

    원인은 김 씨가 제공했지만 민주당 전체도 그를 과잉보호함으로써 법치국가 공당(公黨)의 위신을 스스로 팽개쳤다. 최고위원 8명 명의로 불구속 수사를 받게 해달라고 신원보증서를 검찰에 제출하고, 한나라당에 협조 요청까지 했으니 ‘자신들 보신(保身)을 위해선 못할 것이 없는 붕당’이라는 소리를 국민한테서 들어도 할말이 없지 않겠는가.

    민주당의 부탁을 받고 검찰에 불구속 수사를 요청한 한나라당 역시 ‘타락한 정치집단’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야당의 체면을 세워줌으로써 국회 운영에 도움을 받겠다는 계산이라는데, 과거 공작정치보다 더한 구태(舊態)정치다. 검찰에는 엄정한 법집행을 포기하라는 사실상의 외압을 가하면서, 가끔 필요할 때는 법치를 강조하니 어떤 국민이 곧이곧대로 믿겠는가.

    정치권이 한통속으로 국민과 법을 우롱할수록 검찰과 법원은 정치인도 법 앞에 평등함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