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발 금융위기 극복방안과 관련해 "불이 났을 때는 하던 싸움도 멈추고 모두 함께 물을 퍼 날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17일 오전 방송된 라디오연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뭉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격차는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며 "단합이냐, 분열이냐 그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은 성장전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력을 다해 우리가 기대하는 목표를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한 때"라며 "정부는 정부대로 허리띠를 바싹 졸라매면서 서민을 우선하고, 일자리를 우선하고, 중소기업을 우선한다는 원칙 아래 경기활성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정치권의 단합을 강조하면서 국론 분열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 주말 G20 금융정상회의에 참석한 이 대통령은 "이곳에 와서 여러 정상들과 의견을 나눠보니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참으로 비상한 각오로 모두가 움직이고 있었다"고 소개한 뒤 "한 정상에게 정부가 취하는 위기대책에 내부의 반대가 없느냐고 묻자 오히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가 공감하는 심각한 위기상황에 어떻게 한가롭게 여와 야, 노와 사, 보수와 진보의 구별이 있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은 위기 극복을 위해 총선까지 연기했으며 미국은 의회와 행정부가 하나가 됐다"며 "이번 회의에서 합의된 것은 강력하고 유능한 버락 오바마 후임 대통령에 의해서 그대로 이행될 것이라고 못박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현 정부와 차기 정부의 협력이 매우 긴밀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노무현 정권에 대한 안타까움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금융권, 정치권, 언론에 대해 경제살리기에 협력해줄 것을 강한 톤으로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일선 은행을 향해 "마른 논에 물을 대듯 낮은 금리로 필요한 곳에 자금을 공급해 달라"고 주문했으며, 기업 노사에 대해서도 "모두를 위해 고통을 분담하는 지혜를 발휘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또 정치권과 언론에 "경제살리기를 위한 입법에 하나가 돼 달라" "국익을 사려깊게 고려하고 국민의 힘을 모으는 데 앞장서 달라"고 각각 주문했다.

    G20 금융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현지 숙소에서 라디오 연설을 녹음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 결과에 대해 언급하며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사회 공조 분위기를 전하면서 정상외교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내용의 이행을 주관할 나라로 영국, 브라질과 함께 선정됐다"고 전한 뒤 "새로운 경제금융질서를 만드는 데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역사적인 큰 의미를 갖는다"면서 "우리 입장과 발언권을 크게 강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