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G20 금융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미국 워싱턴 방문길에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만날지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론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내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대통령이 이 전 최고위원과 만난다면 여권 전체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언급은 피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만나는 게 자연스러운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한 청와대 핵심참모는 회동 여부와 관련해 "인지상정, 순리대로 되지 않겠느냐"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 전 최고위원이 대선과정에서부터 이 대통령 캠프 좌장격으로 활동한 인연을 따져볼 때 굳이 외부 시각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풀이다.

    구심점 부재를 지적하는 여권 내에서 이 전 최고위원의 역할을 기대하는 시각도 만만찮다. 따라서 이 대통령과 이 전 최고위원이 만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여권내 권력구도의 변화를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 경우 이 전 최고위원 조기복귀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전 최고위원과의 회동이 G20 금융정상회의를 통한 위기극복이라는 큰 의미에서 벗어나 자칫 정치문제가 부각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도 높다. 여당 내에서조차 '사냥 논란'을 벌이며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에 시각차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친박-친이 계파갈등이 본격 재연될 수 있다. 한 여권 인사는 "이 대통령과 이 전 최고위원의 관계를 생각할 때는 만남이 하나도 이상할게 없지만 일이 너무 커져버렸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너무 높아지면서 그만큼 부담이 늘어났다는 풀이다. 다른 인사는 "만나도, 혹은 안만나도 뭔가 어색한 상황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14일(미국 현지시간)부터 16일까지 브루킹스 연구소 간담회, 반기문 UN 사무총장 접견, G20 금융정상회의 등 일정을 소화하며 워싱턴에 머무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