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위기극복을 위한 '단합'을 강조할 때 애용하는 비유법이 있다. 바로 '강도퇴치론'이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퇴임 후 대학강연에 주력하던 지난 2006년 10월 북한 핵사태가 터졌다. 이 대통령은 북핵사태 해법을 둘러싸고 국회에서 벌어진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의 좌우이념 대립을 두고 "형제가 싸우더라도 강도가 칼을 들고 뛰어들면 싸움을 멈추고 힘을 모은다"며 공조를 강조했다. '전 서울시장' 자격이던 이 대통령은 "핵이라는 거대한 위기가 닥쳤는데도 국론이 분열되는 아주 슬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표현했다. 

    지난해 5월 당 경선룰을 놓고 경쟁 후보들 사이에서 과열 공방이 발생, '내분 위기'가 감돌자 이 대통령은 강재섭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중재안을 받아들이며 똑같은 비유를 썼다. 이 대통령은 "싸우는 데도 절도가 있다"며 "강도가 왔는데 보지도 않고 싸워 둘다 다친다면 안되는 집안"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다행히 우리는 강도가 들어올 때 싸움을 중지했다"고 자평했다.

    그만큼 긴박한 심정이었을까. 이 대통령은 10일 중소기업 현장 대책회의에서 다시 '강도퇴치론'을 꺼내 들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기도 안산의 한 중소기업 자재창고로 달려가 가진 회의에서 세계적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치권의 합심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위기 때 잘 되는 집안은 형제가 싸우더라도 강도가 들어오면 먼저 강도를 물리친 이후에 싸운다. 먼저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 그런 심정으로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쳤으면 한다"고 역설했다. '경제위기'라는 강도 앞에 '여야' 형제의 현명한 대처를 주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주문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마련된 정부의 민생법안을 여야없이 조속히 처리해달라는 당부와 함께 많은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는 만큼 우리 국회가 하루라도 빨리 한미FTA 비준안을 처리해 정권교체 이전 미국 의회를 압박해야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금과 같은 위기에는 국회도 여야없이 합심해야한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정치권이 협력하면 (경제성장을) 1% 정도는 더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