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법재판소 접촉' 돌출발언이 국회를 발칵 뒤집어 놨다. 국회 대정부 질문은 강 장관 발언을 둘러싼 여야간 충돌로 변질됐고 야당은 이번에야 말로 강 장관을 물러나게 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논란은 확전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곤혹스럽다. "실언"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어가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도 강 장관 돌출발언에 불만이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의 고민은 이번 강 장관 돌출발언이 야당의 공세 빌미를 제공해 다음 주 있을 쌀 직불금 국정조사와 법안·예산안 심의에서 국회 운영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란 데 있다. 여야가 7일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담을 열고 강 장관 발언에 대해 기획재정위와 법제사법위의 공동 진상조사위를 구성키로 합의했는데 이는 사실상 야당에 공세의 장을 열어준 셈이다.
한나라당은 일단 강 장관 돌출발언이 "실언"임은 인정하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회의에서 "강 장관이 실언을 했다"고 인정했고 윤상현 대변인은 이날 오후 "강 장관의 실언에 대해 명확히 해드리겠다"면서 브리핑을 시작했다. 하지만 야당이 강 장관 발언을 정치쟁점화 시키려는 데는 맞대응하겠다는 분위기다.
홍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원활한 국회 운영을 위해 진상조사위 구성을 합의했다. 법안이 상정돼 있고 예산이 눈앞에 그려진 마당에 국회가 파행 운영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오전 원내대표 회동 전에도 그는 "강 장관 실언을 마치 큰 의혹이 있는 것으로 진상조사특위를 구성하자고 요구하고 있는 것은 잘못"이라고 불만을 쏟았다.
윤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강 장관의 부적절한 표현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지만 이 해프닝은 헌법재판소의 심사절차에 따른 실무관료들의 정상적인, 통상적인 설명과정이었을 뿐"이라며 "꼬투리 정치, 떼쓰기 정치 없는 세상에서 살고싶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강 장관 발언을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벼르고 있다. 최재성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면서 한나라당의 '해프닝'주장을 반박했다. 최 대변인은 "강 장관 발언 자체가 해석의 여지없는 진실"이라며 "이렇게 황당한 일이 일어난 것은 헌법재판관도 어청수 경찰청장쯤으로 아는 정권의 무지함에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대변인은 이어 "권위주의 시대의 향수에 빠져 세상이 어떻게 변한줄도 모르고 저지른 올드보이의 막말"이라며 "민간독재에 의한 헌정유린,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정식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과거 군사독재시절에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재판에 관여하고, 재판부를 직접 접촉하면서까지 압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면서 "헌정질서를 유린한 강 장관은 더 이상 장관직에 있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에는 긴급 의원총회 겸 '헌정유린 사태 규탄대회'까지 열었고 의총 뒤에는 송영길 최고위원을 비롯한 의원 20여명이 헌법재판소를 방문해 종부세 위헌 탄원서와 종부세 폐지반대 서명자 100만명의 명부를 전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