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희 전 대통령의 차녀인 박근령씨와 신동욱 백석문화대 교수가 13일 결혼식을 올렸다. 전직 대통령의 딸이자 영향력 있는 정치인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동생인 박씨의 결혼은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이들의 결혼은 세간의 관심을 끌지언정 마냥 축복받지는 못했다. 서울 여의도 KT 컨벤션웨딩홀에서 열린 이날 결혼식에 언니 박 전 대표와 동생 박지만씨 내외가 참석하지 않은 것. 사촌 형부 김종필 전 자민련 대표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정치인들의 모습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박 전 대표가 이들의 결혼에 반대해 친박계 의원의 불참을 요구했다는 소식이 사실인듯 의원들의 발걸음은 없었다. 다만 홍사덕 의원만이 얼굴을 내비쳤다.
    그러나 축하 화환은 화려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축하 난을 보낸 것을 비롯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박태준 전 국무총리,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김형오 국회의장, 안경률 사무총장, 김성조 원희룡 김소남 의원 등 정치인들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캐서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도 축하화환을 보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 후보로 출마했다가 후보를 사퇴했던 모 인사는 차기 강력한 대권후보인 박 전 대표에게 신씨가 부담이 되지 말아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이날 결혼식에 정치인들의 발걸음이 뜸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신씨는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시끄러웠다"며 "신씨는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박 전 대표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왕 결혼했으니 잘 살길 바라지만 제발 조용히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가족의 축복없는 결혼식에 박씨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식전 짧게 기자회견을 가진 박씨는 "여러 가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나부터도 내 동생이 그렇게 결혼한다고 하면 말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숙명은 마음대로 못하는 것인데 신뢰와 이해가 바탕이 돼서 같은 길을 가게 됐다"면서 "참석하지 못한 언니, 동생에게 미안하다. 우리를 많이 걱정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참석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열심히 잘 살아서 인정받을 날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혼식 도중 하객들을 향한 인사말 차례에선 "오늘 참석하신 분들은 돌아가신 어머님과 아버님을 대신해 좋은 말씀을 많이 주셨다. 가슴에 새기며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 죄송하고 잘봐주시기 바란다. 언니가 오지 않아 죄송하다. 열심히 살아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재차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야망 아닌 진실한 사랑의 결실"이라고 말했던 신씨는 하객들을 향해 "아버지가 3살때 돌아가시고 정말 가난하게 살았다. 어머님은 항상 우리는 가난하기 때문에 정직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지난 2년간 정말 정직하게 박 이사장을 모셨다. 오늘 결혼이 있기까지 어머니의 말씀이 힘이 됐다"고 말했다. 

    사회를 봤던 개그맨 권영찬씨는 이들의 결혼에 잡음이 많았던 것과 관련 "오늘로써 논란의 종지부를 찍고 신랑 신부에게 밝은날이 오길 바란다"고 축하했다.

    이날 결혼식에서 박씨와 신씨는 한복을 입었고, 박 전 대통령의 검소함을 기린다는 취지에서 식사 대신 다과와 음료만 대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