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미국발 금융쇼크로 인한 국내영향과 관련해 "비가 올 때는 우산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는 게 평소 소신"이라며 "조금만 도와주면 살릴 수 있는 기업은 금융기관이 적극 나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첫 라디오 연설을 통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합심을 역설했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방송된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신뢰야말로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며 "정부는 신중하게 대처하고 국민들에게 사실 그대로 모든 것을 투명하게 알리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지금 정부는 국제 금융시장과 국내 경제상황을 일일 점검하면서 적절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으며 국제적인 정책공조가 중요한 때이므로 4강과의 협력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요즘 참 힘드시죠?"라는 인사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저 역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또 무슨 우울한 소식이 없는가…. 걱정이 앞섭니다"라며 어려운 경제상황에 대한 이해와 노력을 표현했다.

    이 대통령은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서로 믿지 못하고 각자 눈앞의 이익을 좇다 허둥대면 우리 모두가 패배자가 될 수 있는 만큼 지금은 길게 보고, 크게 보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름길은 기업과 금융기관, 정치권, 그리고 소비자인 국민 모두가 서로 믿고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어려울 때 오히려 투자해야 미래의 승자가 될 수 있다"면서 "지금은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드는 기업이 애국자"라며 기업의 역할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에너지 절약을 위한 국민적 노력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금년도 경상수지 적자가 100억 달러 내외로 예상되기 때문에 어렵긴 하지만 에너지를 10%만 절약할 수 있다면 경상수지 적자를 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에너지 절감의 중요성을 역설한 뒤 "국민들이 해외 소비를 좀 줄이고 국내에서의 소비를 늘려주면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회를 향해서도 "출범 이후 지난 7개월 동안 정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약 600여개 법안을 열심히 마련했다"면서 "국회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빨리 처리해 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야당 지도자들과도 몇 차례 만났으며 모두들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적극 협력하자고 뜻을 같이 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상기시켰다.

    이날 이 대통령은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면서 현재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에 동참할 것을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엊그제 문득 어렸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라며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꺼냈다. 이 대통령은 "아버지는 한 때 조그만 회사의 수위로 일한 적이 있는데 늘 '회사가 넘어가면 안되는데…'라며 걱정하곤 했다"라며 "어린 시절 '회사에서 큰 직책을 맡은 것도 아닌데, 저렇게까지 회사 걱정을 하실까…'하며, 마뜩찮게 생각했다. 그런데 결국 그 회사는 문을 닫았고 아버지는 일자리를 잃고 말아 안 그래도 어렵던 살림살이가 더욱 쪼그라들고 말았다"고 말했다.

    일시적인 유동성 확보 어려움 때문에 기업이 흑자도산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하며, 이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가정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아버지가 일자리를 잃고서야) 저는 아버지가 왜 회사 걱정을 그토록 하셨는지, 이해할 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또 과거 석유파동 당시 기업인 시절을 떠올리며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위기극복 자세를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저도 기업인으로서 힘든 경험을 했다. 그 때 멀쩡한 기업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구할 수가 없어서 고리의 사채로 연명하고 그나마 돈을 구하지 못한 기업들이 쓰러지는 것을 많이 봤다"며 "조금만 도와주면 살릴 수 있는 기업은 금융기관이 이럴 때 적극적으로 나서줘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