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30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공정언론시민연대는 KBS와 MBC가 9시뉴스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이 타결된 4월 18일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가 결정된 6월 26일까지 71일 동안 전체 4분의 1, 하루 평균 6~7건씩 관련 뉴스를 쏟아냈으며, 이 뉴스들 제목 가운데 촛불시위 세력의 주장을 대변한 것과 정부 입장을 전하는 것의 비율이 MBC는 68% 대 16%, KBS 53% 대 15%였다고 발표했다. 폭력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을 다루면서 시위대에겐 '비폭력 지켰다'고 하고 경찰에겐 '군홧발 비난 확산'이라고 하는 식이었다. 인터뷰도 촛불시위 세력을 옹호하는 내용과 정부 입장을 전하는 내용이 MBC 64% 대 26%, KBS 44% 대 26%였다.

    쇠고기 파동 이후 매일 이렇게 심한 편향방송에 노출돼 사리분별이 성숙한 어른들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으니 중학교 여학생들이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게 됐다"고 비명을 질렀던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촛불의 터널을 지나오며 우리 사회는 3조75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입었다(한국경제연구원 분석).

    우리 사회엔 남북문제, 반미, 식품안전, 종교갈등, 교육 등 앞으로도 방송이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온 나라가 잿더미가 되도록 불을 지를 수 있는 이슈가 한둘 아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미리 왜곡보도를 걸러낼 수 있는 방송사 내부의 여과(濾過)시스템과 함께 오보·과장·확대보도 등에 대해 사후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심의체제가 확립돼야 한다.

    PD수첩의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는 의도된 결론에 맞춰 단편적 영상과 사실들을 짜깁기하는 'PD저널리즘'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PD저널리즘'은 그 용어부터가 세계에 유례가 드문 형태여서 내부 검증이 특히 부실하다. 방송사 내부에선 PD들이 만드는 고발·시사프로그램을 가리켜 '해방구'라고 부를 정도다. 정식으로 객관적 취재·보도 훈련을 받지 않은 PD들의 짜맞추기 보도 성향을 견제하려면 기자들과 공동으로 제작팀을 구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TV가 터무니없이 나라를 뒤집어놓는 사태가 거듭되지 않게 하려면 탄핵방송 심의를 언론학회에 의뢰했던 것처럼 먼저 권위 있는 외부 기관에 광우병 왜곡보도 경위를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조사·분석하도록 하고 그 토대 위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