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과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25일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합의사항이 나왔다. 양측 모두 이번 회동에 만족스럽다는 반응인데 민주당은 "역대 영수회담에 비해 선물도 있었고, 여야 관계설정을 이 정부 들어 처음 명확하게 한 것은 성과"(최재성 대변인)라고 평했다. 최 대변인은 "마치 실무회담처럼 회동을 해 구체적 합의사안이 나왔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45분 부터 오후 1시 40분까지 1시간 55분간 오찬을 겸한 회담을 가졌다. 최 대변인은 "독대시간이 처음 예정했던 것 보다 거의 2배 가까이 시간을 넘으며 토론했다"고 했다. 배석자 없이 진행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단독회담이었다. 회동 결과 브리핑은 야당 배려 차원에서 이 대통령이 민주당 최 대변인에게 맡기도록 했고, 이로 인해 최 대변인이 국회에서 먼저 브리핑 한 뒤 청와대가 보충설명을 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회담에서 두 사람은 "세계 금융위기 대처와 경제 살리기에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으는 등 8개 항에 합의했다"고 최 대변인이 발표했다. 눈에 띄는 것은 남북 문제에 있어 초당적 협력을 약속한 부분인데 정 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민주당의 대북 네트워크와 대북 정책에 축적된 노하우를 활용할 것을 제안하자 이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고 최 대변인은 밝혔다. 최 대변인은 브리핑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남북 문제에 야당의 노하우를 활용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야당의 노하우가 햇볕정책인데…"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햇볕정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야당과의 관계 설정을 분명히 한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동 결과 브리핑 형식에서부터 민주당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 대통령은 회동에서도 국정 동반자라는 관계 설정을 강조했다고 최 대변인은 전했다. 민주당은 특히 주요 국정 현안을 놓고 야당 대표와의 수시회동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점은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 최 대변인은 "놀라운 것"이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야당을 국정 동반자로 인정하면서 구체적 방법으로 주요 국정 현안을 야당 대표에게 정무수석이나 관계 기관장이 직접 사전 브리핑을 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등 경제정책과 부동산 정책에서는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경제 정책을 놓고 30분 가량 토론을 벌였다고 한다. 하지만 결론이 도출된 것은 없었다. 최 대변인은 "세제 부분은 30분이 넘게 토론을 했는데 정책기조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간극을 좁히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정 대표가 지적한 종부세 개편안 등 세제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은 "야당 안을 세심하게 검토하겠다"고 했다.

    경제팀 교체와 종교편향 문제, 언론문제, 촛불시위자 수사 문제, 교과서 수정 등에 대해 정 대표의 지적과 요구가 있었으나 이 부분도 진전된 내용은 없었다. 이 대통령은 정 대표의 이런 지적들에 대해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국민이 납득하도록 하겠다"고 했고, 공기업 민영화 비판에 대해서도 "국민 걱정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촛불시위자 수사중단과 수배자의 수배 해제를 요구했고 이 대통령은 "내게 맡겨달라.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답했다고 최 대변인은 말했다.

    이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와 단독 회동을 한 것은 지난 5월 20일 민주당의 전신인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만난 이후 4개월여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