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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구하기'에 올인했던 민주당. 정 전 KBS 사장을 지키는 게 KBS의 독립을 이루고, 올바른 공영방송을 만드는 일이라 주장했고, KBS 본관 앞에서 정연주 구하기 장외투쟁까지 벌였던 민주당이었다.
그러나 정세균 대표는 "민주당도 집권 시절 비슷한 행동을 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을 받자 "정연주 전 KBS 사장을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전신 정당이라 할 수 있는 열린우리당이 4대 개혁법안이란 명분 아래 신문법 개정을 밀어붙인 것을 두고 한 질문이었는데 정 대표는 신문법 개정과, 이명박 정부의 방송·통신 개혁작업이 같은 선상에서 비교당하자 이같이 반박했다. 정 대표는 1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당의 '방송장악 저지 투쟁'과 관련된 질문을 받자 "비교 자체가 잘못됐다"며 언론을 보는 노무현 정권과 현 이명박 정권의 시각차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임기가 남은 방송사 사장을 쫓아내고, 이를 위해 감사원을 동원하는 식의 일은 (민주당 집권 때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여권이 저런 짓을 하는데 야당이 가만히 구경하고 있어야 하나. 지금 여권은 해도해도 너무한다"고 비판했다.
수의 열세라는 부담을 갖고 18대 첫 정기국회를 맞이하는 정 대표는 한나라당과의 치열한 정책 경쟁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여당 법안의 대응책으로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는데 "첫째, 민생 물가 영세민 노인 대책 등에선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고, "둘째, 정책 경쟁을 펴다 국민 과반수 이상이 지지하는 한나라당 법안에 대해선 지더라도 표결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셋째, 과거 회귀 입법이나 (김대중 노무현) 민주 정부 10년을 부정하는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지하겠다"고 경고했다.
당장 정부·여당이 1일 발표한 세제 개편안을 민주당은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재벌 위주의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민주당의 주장인데 정 대표도 이날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의 개편안은 대기업이나 자산가가 혜택을 많이 받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여당의 세제 개편안을 자당의 부가세 30% 감면안을 골자로 한 안과 함께 "치열한 토론을 하고, 국민 여론의 검증을 거친다면 타협도 가능하다"고 했지만 '현재의 한나라당 지도부는 타협이 가능한 상대라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자 "유감스럽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해 타협 가능성은 낮게 봤다. 정 대표는 한나라당을 "청와대의 막후 조정을 받는 거수기 같다"고 평했다.
촛불시위 주도 혐의로 수배된 광우병 대책회의 관계자들이 농성 중인 서울 조계사를 찾아 국회 등원을 사과해 여당과 보수 언론으로 부터 비난을 받았는데 정 대표는 "민주당이 시민사회 단체 등 정치권 바깥 세력의 눈치를 보느라 자율성이 없다는 말도 있다"는 지적에 "현재 시민사회와 우리 당은 그렇게 밀착돼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러나 "솔직히 지금 우리 숫자로는 국회에서 한나라당에 밀릴 수밖에 없다. 결국 여론과 국민을 등에 업어야 하는데, 그 중 한 통로가 시민단체 아니냐"고 했다. 그는 이어 "가만히 앉아 표 대결하면 판판이 깨지는 만큼 자구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하는 일"이라고 강변했다.
'타협이 안된다'고 비판했던 한나라당은 혹평했다. 정부·여당에 대한 평을 묻자 정 대표는 "우리가 1997년 대선에 이기고 막 집권했을 때 개인적으론 한나라당이 참 유능하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그런데 10년 야당을 거쳐 다시 집권한 한나라당의 요즘 모습은 정말 아마추어 수준"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국정 전 분야에 걸쳐 갈팡질팡하고, 잘못을 연발하는 것도 결국 국정철학이 없는 데서 나오는 아마추어적 행태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촛불 집회에도 참여했던 민주당인데 정 대표는 "미국산 쇠고기가 그렇게 위험하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받자 "촛불문화제는 미국산 쇠고기가 도화선이 된 것이었지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교육정책, 인사 실패, 공기업 민영화, 잘못된 외교 등이 복합적으로 겹쳐" 촛불집회가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묻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는 먹지 않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잠시 생각한 뒤) 굳이 먹을 일이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정 대표는 또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리켜 민주당의 상왕 노릇을 한다는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 "그분들은 우리의 소중한 지도자들"이라며 "어른을 제대로 모시는 집안이 훨씬 미래가 밝다"고 주장한 뒤 "그분들이 당무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