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29일 사설 '3불정책 폐지 왜 주춤거리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010학년도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발표했다. 그간 교육부가 틀어쥐었던 업무였으나 대학 협의체인 대교협 손에 넘어갔다. 새 정부가 내세운 대입 자율화의 첫걸음이란 점에서 고무적이다. 정부 간섭과 타율에 익숙했던 대학교육이 자율 기조로 바뀌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대교협은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등 3불(不)정책은 유지키로 했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연구한 뒤 2011학년도 이후에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초엔 서울대와 사립대총장협의회가 3불정책 폐지를 요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3불정책 폐지를 권고했다. 대입 업무까지 위임받은 마당에 대교협이 왜 이렇게 망설이는지 알 수가 없다. 혼란을 우려한 듯하나 이는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는 문제다. 대학과 고교 교육의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서도 3불정책이라는 올가미는 풀어져야 한다.

    3불정책은 대입 자율화에 역행하는 규제다. 이를 놔둔 채 자율화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본고사 규제부터 없어져야 한다. 본고사가 허용되면 국·영·수 위주의 집필고사가 부활돼 사교육을 부추길 것이란 주장은 기우다. 오히려 대학마다 다양한 범주의 우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창의적인 선발 방법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 그게 대학 입학 통로를 다양화하고 사교육도 줄이는 길이다. 지역·학교 간 학력 격차와 특성을 무시한 고교등급제 금지도 문제다. 모든 고교가 똑같다는 가정 자체가 평등주의적 발상이다. 기여입학제 허용도 검토할 때가 됐다. 정원외 선발, 최소 학력 기준 충족, 기부금의 투명한 집행을 감시하는 심의위원회 등의 장치를 갖춘다면 문제는 없다고 본다. 대학 경쟁력의 바탕인 재정 확충을 위해서도 절실하다.

    3불 폐지는 대학 사회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된 지 오래다. 당장 대학의 총의를 모아 정부에 3불정책 폐지를 요구하라. 대학이 교육 목표에 맞는 학생을 자유롭게 뽑아 가르칠 때 경쟁력이 생겨난다. 그걸 모를 리 없는 대교협이 3불정책 폐지를 미적거리는 건 직무유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