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7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직선(直選) 1기 서울시교육감에 취임한 공정택 교육감이 2004년 체결된 서울시교육청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 간의 단체협약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협약 내용에 독소조항이 수두룩해 재협의를 통해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공 교육감은 전교조가 협의를 거부할 경우 해지를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반(反)전교조’를 내걸고 당선된 그가 전교조를 향해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전교조는 공 교육감의 핵심 공약인 국제중학교 설립 저지운동을 벌이기로 하는 등 일전을 불사할 태세다. 30일에는 전국 대의원대회를 열어 올해 하반기 활동방향을 ‘이명박 교육정책 반대투쟁’으로 정하고 강력히 밀어붙일 계획이라고 한다. 공 교육감과 전교조, 정부와 전교조 사이엔 벌써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문제의 단체협약은 친(親)전교조 성향을 보였던 유인종 전임 서울시교육감이 맺은 것으로 ‘수업계획서를 교장에게 제출하지 않는다’ ‘출퇴근 시간 기록부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협약대로라면 교사가 어떤 수업을 하는지 보고할 필요도 없고 출퇴근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도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못 박아 교사들은 학생들이 낮은 성적을 받아도 책임질 필요가 없다. 주번·당번교사 제도도 폐지했고, 방학 중에 학교는 근무교사 배치를 자제해야 한다.

    이 협약에 대해 공 교육감은 “교사들이 편해지기 위한 것이지 학생을 위한 조항들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교사가 열심히 가르치고 교과 연구를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인데 지금 학교에선 그 기본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바른 지적이다. ‘대못’과도 같은 이런 터무니없는 협약이 존재하는 한 학교개혁은 공허한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공 교육감은 교육계 곳곳에 박혀 있는 전교조의 대못을 뽑는 작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집단이기주의에 바탕을 둔 전교조의 반발이 만만치 않겠지만 굴복해선 안 된다. 공 교육감은 서울 교육을 전교조의 사유물(私有物)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교육으로 되돌리는 데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