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1일 사설 '성직자들이 불법 부추기는 모양새는 안 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종교계 진보단체가 불법 촛불집회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를 우려한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30일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시국 미사를 열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고 국가 권력의 회개를 촉구했다. 개신교에선 3일 YMCA와 NCC정의평화위원회 등이 시국 기도회를 열 계획이다. 불교계에선 서울 조계사와 참여불교 재가연대 등 주요 사찰과 단체들이 4일 시국 법회를 열기로 했다. 장소는 시청 앞 광장이고 정부의 강경 진압을 비판한다는 게 이들 행사의 공통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국 행사는 오해의 소지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촛불집회는 이미 식탁 안전이라는 주제를 떠나 반미· 반정부 폭력투쟁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청와대로 진격하겠다는 것이 시위대의 행동이다. 야간 집회 자체도 불법일 뿐 아니라 경찰을 상대로 쇠파이프와 각목을 휘두르는 폭력성이 드러나고 있다.

    여론도 바뀌었다. 최근 조사 결과 국민의 57%가 촛불집회를 그만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집회의 목적이 달라졌다’는 응답은 67%에 달한다. 건강과 식탁을 염려하던 시민은 집회에서 멀어졌다. 지금 시위는 반미· 반정부 투쟁을 일삼는 단체들, 공권력을 무력화하려는 민노총 조직원들, 공기업 민영화를 막으려는 노조원들, 기타 사회 불만 세력이 주류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가 법질서를 회복하겠다고 강경하게 나선 것은 이런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열리는 종교계 시국 집회는 불법 시위에 힘을 보태주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청 앞 광장은 경찰이 불법집회를 원천 봉쇄하고 있는 곳이다. 여기서 시위대와 유사한 주장을 하면서 종교 집회를 여는 것이 문제다. 시위대의 집결 장소를 제공하고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결국 반정부 투쟁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지 않겠는가. 종교 단체로서 이런 결과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 정부가 독재 정권인가, 지금이 국민의 기본권이 유린되는 비상사태인가. 성직자들이 보다 신중하게 판단하고 행동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