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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기물 파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촛불 난동에 참가한 과격 시위대에게 1시간 10분간 억류돼 멱살을 잡히고 발길질 당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28일자 조선일보는 26일 밤 9시 경 서울 광화문 코리아나 호텔측으로부터 촛불 난동에 참가한 "시위대가 호텔 기물을 파손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 남대문경찰서 강력1팀 오모(47) 경위가 기물 파손을 자행한 50대 남자를 연행하는 도중 시위대에 잡혀 70분간 멱살을 잡히고 발길질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 사건 기사의 제목을 '인민재판 당한 경찰관'으로 붙였다. 이 신문에 따르면 사건의 정황은 이렇다.
오 경위는 26일 밤 9시 쯤 코리아나호텔로 부터 호텔기물 파손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다. 오 경위는 "현장에 도착해보니 50대 남자 1명이 유독 호텔 공격을 주도하고 있었고 그 사람은 시위대 앞쪽에서 호텔 현관 앞에 있는 대형 화분을 뒤엎고 흙과 쓰레기를 로비로 뿌렸다"고 했다. 오 경위는 이 50대 남자를 계속 뒤쫒으며 지켜봤고 이 남자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사옥을 오가며 현관 유리를 발로 차는 등 계속 난동을 부려 27일 새벽 1시쯤 시청역 1번 출구에서 세워둔 오토바이를 타고 시위 현장을 떠나려는 그를 체포했다.
오 경위는 이 남자에게 "코리아나호텔 기물파손 현행범으로 체포한다"며 그에게 '미란다 원칙'(용의자를 연행할 때 변호사 선임과 묵비권 행사의 권리 등을 밝혀야 하는 원칙)을 고지했다. 오 경위는 곧바로 이 남자를 타고온 승합차 뒷좌석에 태웠는데 그 순간 이 남자가 바깥에 있던 시위대를 향해 "잡혔다"고 고함을 질렀고 순식간에 주위에 있던 시위대가 "당신들 뭐야?" "왜 사람을 납치해?" 라고 소리치며 우르르 몰려들었고 이때부터 오 경위는 시위대에게 70분간 억류됐다.
오 경위는 시위대에게 "난 형사다. 납치가 아니라 재물손괴 현행범을 체포하던 중이었다"고 했지만 시위대는 그의 멱살을 잡고 발길질을 했다. 그는 10여분간 과격 시위대에게 둘러싸여 얼굴과 뒤통수를 맞고 옷을 찢겼으며 그 사이 시위대는 100여명으로 불어났다. 그 사이 오 경위가 체포했던 50대 남자는 도망갔다.
시위대는 오 경위를 서울광장 한 구석에 설치된 칼라TV(진보신당이 제공하는 인터넷 방송) 천막 부근으로 끌고갔고 이때부터 '인민재판'이 시작됐다. 시위대 중 한 명은 오 경위가 도착하자 마자 "무릎 꿇어!"라고 호통을 쳤고 오 경위에게 "신분과 소속을 밝혀라"고 요구해 그는 "남대문경찰서 강력1팀 오○○ 경위"라고 밝혔다. 당시 시위대는 오 경위 등이 타고 온 승합차 트렁크에서 경찰마크가 찍힌 박스와 보호장구를 보고 그가 경찰관임을 확인한 상태였다.
시위대는 오 경위에게 "(경찰이라면서) 왜 사복을 입고 시민을 납치했나" "(체포하려던 사람을) 폭행했나" 라고 사방에서 취조하듯 질문을 쏟았고 오 경위는 다시 한번 "조선일보사(코리아나 호텔)에서 발생한 재물손괴에 대해 신고 받고 출동해 현행범을 체포하려 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주변에 둘러선 시위자들이 "그게 어떻게 체포냐 납치지" "한 마디도 없이 어떤 시민을 데리고 가면 주위 사람들은 납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시위자는 오 경위가 물병을 들고 물을 마시자 "이런 놈한테 물을 왜 줘"라며 물병을 낚아채기도 했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이덕우 변호사는 오 경위를 현행범으로 규정했다. 이 변호사는 27일 새벽 1시 45분쯤 현장에 도착했고 시위대와 오 경위 양측으로 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뒤 "시민들이 납치범이라고 해서 (오 경위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이다. 수사기관에 인도할 의무가 있다. 납치인지 현행범 체포를 위한 적법 절차를 거쳤는지 조사해봐야 한다"고 오 경위와 주변 시위대에게 말하며 오 경위를 '시민을 납치하려다 주변 시민들에게 체포된 현행범'으로 규정했다. 오 경위는 2시 10분쯤 동료들에게 인계됐고 이 변호사는 김원준 서장에게 그를 넘겨주며 "현행범으로 (오 경위를) 인도하는 것이니 입건해야 한다. 철저히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