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8일 사설 <'폭도의 벗'이 돼가고 있는 민주당>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그제 밤과 어제 새벽 사이 통합민주당 국회의원 20여 명과 관계자 수십 명이 서울시청 앞과 세종로 사거리 일대 시위현장에 나타났다. 손학규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 정세균 추미애 차기 대표후보도 거기 있었다. 이들은 곳곳에서 벌어지는 불법 폭력시위를 그저 지켜보기만 했을 뿐 누구 하나 나서서 말리려 하지 않았다. 일부는 시위대와 어울려 구호를 외치거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천정배 의원은 시위대가 경찰버스 옆에 쌓아올린 모래주머니 더미 위에 올라가 미니 확성기를 들고 “나와 민주당 모두, 고생하시는 여러분과 함께 노력할 것이다. 힘내시라”고 말했다. 시위대의 권유로 올라갔다고는 하지만, 4선 국회의원에 ‘법질서의 수문장’이라 할 법무장관까지 지낸 정치인이 불법 폭력시위를 부추기는 현장이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오늘의 대한민국이 부끄럽고 참담하다.

    민주당 국민보호단 소속 안민석 이종걸 김재윤 의원 등 7명은 시위대 맨 앞쪽에서 서로 손을 맞잡은 채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의 과잉진압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사실은 경찰의 시위 해산을 가로막고 방해한 것이다. 이들은 시위대로부터 ‘고맙다’는 인사와 박수를 받았다고 의원총회에서 자랑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어제 “전경과 언론사에 집단 폭력을 가한 사람들은 이미 시위 군중이 아니라 폭도”라고 질타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시위대의 폭력을 ‘저항’이라고 미화(美化)하고 경찰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폭력’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일부 의원들은 국회의원 배지를 방패 삼아 시위대에 가세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지난 10년간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중심에 있었다.

    민주당이 제정신이라면 서울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드는 폭도의 벗을 자처할 수 있는가. 민주당은 이미 법치(法治)를 입에 올릴 자격을 상실했다. 그와 동시에 의회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헌법의 보호를 받는 정당이기를 포기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